여우눈사람
눈이 펑펑내리던 어제
지훈이는 소원하던 눈사람을 만들었다.
문득 어린 시절의 어떤 날
완성하지 못하고 부서진 내 눈사람이 떠올랐다.
아들은 한밤중 눈밭에 뒹굴게 허락해 줬다는 사실만으로 벙글벙글 신이 나서
성글성글 대충이지만 귀여운 눈사람을 만들고는 너무나 좋아한다.
부서진 눈사람에 슬퍼하던 과거의 어린 나는 아들이 되었고
부서진 내 눈사람은 아들의 여우눈사람이 되었다.
눈밭에서 신이 난 아들과
어린 그 날의 나와
온동네가
눈사람 만드느라 난리법석인 밤이었다.
201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