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나누고 나누어도 남았습니다
아침 8시 50분 독서 활동 시간, 기특한 내 아이들은 하나같이 책 읽기에 열중하여 교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런데 교실 뒷문이 살그머니 열리더니 옆 반 여선생님 얼굴이 빼꼼 들어왔다. 그 선생님은 우리 반 독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는 듯 손가락으로 ‘밖에 누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나가 보니 우리 반 그 아이가 가방을 멘 채, 골마루 바닥에 망연히 주저앉아 있었다. 아이는 또 깊은 물속 고기처럼 제 안에 빠져있었다.
올 삼월 새 학년이 되어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까지, 나는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열한 살짜리 아이는 가끔 수업 시간 내내 엎드려 있다가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외진 계단에 혼자 앉아 있었다. 어떤 날은 수면을 튀어 오르는 물고기처럼 불현듯 옆자리에 있는 친구들을 밀치고 할퀴었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나는 허둥지둥 당황할 뿐이었다.
급식 시간이 가장 힘겨웠다. 아이는 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 옆에 앉아 “친구들처럼 밥 좀 먹어 맛있게 보아라.” 채근해도 겨우 먹는 시늉만 하다가 도리질을 하였다. 하지만 시간에 맞춰 건네주는 알약은 아무 저항 없이 받아먹었다. 숙명처럼 약을 삼키는 아이 옆에서 우걱우걱 내 몫의 밥을 챙겨 먹기가 부끄러웠다.
어느 날은 수업 중에 그 아이가 갑자기 나를 향해 “선생님 싫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묵묵부답인 내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도 나 싫어요?”
“아니.”
그러자 아이가 황급히 두 손을 가로저으며 소리쳤다.
“아니에요. 싫다고 하세요! 선생님도 내가 싫다고 하세요. 빨리요. 빨리요!”
아이는 곧 울음을 쏟을 듯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도 네가 싫다”라고 할 수 없었다. 안타깝고 슬펐다. 아이는 책상에 엎드려 두 팔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차츰 잠잠해졌다. 아이가 밀치면 물러나고 당기면 보듬어주는 일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흔들리던 며칠 전, 급식소 점심 메뉴에 쿠키가 나왔다. 아이가 내 식판을 보더니 “왜 쿠키가 없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어른들은 쿠키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아이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나중에 내 거 하나 줄게요.”
내가 식사를 마치고 숟가락을 놓자, 아이가 진짜로 쿠키 하나를 내 식판으로 옮겨주었다. 너무 감사해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그래서 쿠키를 둘로 쪼갰다. 반은 내가 먹고 나머지 반은 다시 그 아이한테 돌려주었다. 아이는 그 쿠키 반 조각을 다시 둘로 갈랐다. 그리고 그중 한 조각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넙죽 받아 입속에 넣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쿠키였다.
아침 8시 50분 독서 활동 시간. 조심스럽게 교실 뒷문이 열리고 우리 반 여학생이 살금살금 교실로 들어왔다. 여학생은 내게 다가와 귀에 대고 소곤소곤 말해 주었다. 나는 교실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 아이가 가방을 멘 채 망연히 골마루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길을 잃고 엄마를 기다리는 사슴 눈빛이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다. 그리고 신발을 받아 신발장에 넣어주고 가방을 벗겨 들었다.
“선생님하고 교실에 가자.”
아이는 냉큼 일어나지 않고 나를 힐끗 올려 보았다. 그러고는 대뜸 말했다.
“선생님 머리 깎았어요?”
아이 말대로 나는 어제 이발소에 다녀왔다. 나는 코끼리처럼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내 손을 잡고 일어나던 아이가 또 말했다.
“선생님 머리 보기 좋아요.”
“정말? 어제보다 더?”
“예.”
나는 참새 같은 아이 어깨를 감싸 안고 교실로 들어왔다. 창문으로 화사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