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량 Mar 18. 2023

아니 에르노,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2022. 11. 7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고 해서 아무 작품이나 골라 읽어봤다. 이렇게 겨우 따라가는 세상의 흐름... 소설 하나 수필 하나 골랐고, 이 작품은 수필이다. 죽음과 점점 가까워지는 엄마를 지켜본 기록이다. 아니 에르노는 늙어가는 엄마의 모습에서 여전한 사랑을 느끼고 동시에 자신의 미래를 보는 듯한 공포를 느낀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에르노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쓴 문장이라고 한다. 즉, 내 인생에 고통스러운 지점이더라도 도망치지 않겠다. 이건 나의 밤이므로, 내가 책임 지고 오롯이 고통 속에 견뎌내보겠다. 설령 그 밤이 끝나지 않더라도 내 인생의 흐름에 따라 발걸음을 뻗겠다. 에르노의 어머니는 강인한 분이섰던 것 같다.


"다시 어린애가 되었지만 성장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삶을 이끌어갈 수 있는 건 앞으로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라는 걸 기대하고 희망하기 때문이다. 성장과 상승, 확장을 바라며. 반면 치매는 노화라는 우리의 필연적인 고통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퇴화, 하락, 축소. 살아있지만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부각한다. 삶을 살아오며 일구고 쌓아오던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고, 오로지 앞에 퇴행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절망감을 안겨주는 듯하다. 아니 에르노가 그랬듯이 긴 시간 동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뚜렷하게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에르노의 기록을 보면 노화와 퇴행의 모습 속에 보이는 작은 생명력이 오히려 거대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 듯하고, 삶에 대한 갈망도 절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 어둠 속에서는 작은 빛도 눈부시게 환한 것처럼. 죽음에 대한 교육이 삶을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만든다 했었나. 당연하게만 여겼던 나와 부모님의 젊음이 감사하고, 고작 스물여섯에 세월이 유구하다며 호들갑 떨었던 것이 부끄러워진다. 현재를 더 진하게 느끼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희진,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