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을 떠나 동탄으로 이사를 했다.
아이 피부를 생각해서 예정된 새 아파트 계약을 파기하고 목조주택으로 전세를 구했다.
집 앞 작은 마당이 있어 굳이 멀리 찾아 나서지 않아도 아이는 매일같이 흙을 만지고 햇빛을 쬔다.
남원살이로 아이의 아토피가 단시간에 기적처럼 호전되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그건 전부 내 욕심이었다.
아토피 피부염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아이는 여전히 밤마다 심하게 긁고 하루 종일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간지러워' 다.
호전 악화를 반복하며 속도는 느리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집 근처 화원에 들러 흙을 한 포대 사왔다.
포대를 풀어 마당에 쏟아붓자 지나가던 동네 아이들이 조심스레 다가와 너도나도 손으로 흙을 만지고 논다. 아이들은 참 신비롭다. 어른들처럼 통성명이 없어도, 어떤 공감대 없이도 아이들은 눈빛과 행동을 주고 받으며 금세 섞여든다. 오지랖 넓은 우리 아드님은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옆집 누나를 집에 데리고 와서는 의자를 건네고 물을 따라준다.
날이 덥고 습해서 그럴까.
긍정적인 마음도 쉽게 지치는 계절이다.
입으로는 숱하게 '좋아질거야' 라고 하면서도, 새벽마다 일어나 손으로 다리를 마구마구 뜯으며 '엄마! 다리가 왜 이렇게 아픈 거야?' 하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봐야만 할 때,조용하다 싶으면 어디 구석에 숨어 몰래 긁고는 피범벅이 되어 울고 있을 때,아토피 과연 끝은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수시로 날 덮친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늘 꺼리는 단어였음에도 이제 아이는 '아토피'라는 단어를 안다.
하루는 마트에 갔다가 어떤 아줌마가 다가와 큰 목소리로 "어머, 아가 아토피가 심하네!"라고 얘기하자 내가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 나 좋아진 건데요? "하는 아이의 대답에 가슴이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집에서 하늘과 나무가 보인다.
아이 피부로 속을 끓이다가도 수시로 시야에 들어오는 자연풍경에 무장해제된다.
아가는 오랜만에 낮잠을 잔다.
그래. 깨어나면 '아토피'는 결국 네 몸이 스스로 나으려고 찾아온 거라 꼭 말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