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하는 사랑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by 키작은 울타리

아주 오래전 바위와 파도가 만났습니다.

중매쟁이는 달과 지구입니다.

둘은 매일 두 번씩 만나고 헤어집니다.


평온한 바다에도 느닷없이 강풍이 불어 닥칩니다.

바람의 해코지에 둘은 흰 거품을 물고 격렬한 몸싸움을 합니다.

그런 날에도 파도는 바위를 남겨두고 떠나버립니다.

그러나 한 번도 돌아오지 않는 날은 없습니다.


늘 변함없는 파도의 잔잔한 사랑은

바위의 몸속 뼈 마디마디까지 스며들어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위는 점점 물이 올라

바다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육지의 맹수가 바다로 들어와 살게 된

사자의 바다 정착기가 있고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어버린

아내의 애틋하고 슬픈 사연도 있습니다.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제 몸이 깎이고 부서져가며 아름다운 전설을 만들어가는

파도와 바위의 오래오래 하는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곳을 찾아가 전설 속을 드나들고,

또 꼬깃꼬깃해지고 얼어붙은 마음을 펴고 녹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변산 채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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