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아이들과 함께 미국에 온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출장에 간 남편을 제외하면, 현재 우리 집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총 8명으로 엄마 셋, 아이들 다섯으로 구성돼 있다.
이 특별한 동거가 시작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우려이 목소리를 나타냈다. ‘미국 친구 집에서 8명이 함께 한 달 동안 지낸다고? 말도 안돼!’라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한국에서 온 친구 A의 시부모님은 “이번 여름이 지나면 미국에 사는 친구와 연이 끝날 수도 있다”고까지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온 친구 A, B와 미국에 사는 나. 우리라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 셋은 각각 성격이 제각각인지라 걱정의 강도도 확연히 달랐다. 신혼 초기에 시부모님과도 함께 살았던 친구 B는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에이, 뭐가 걱정이야?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다 경험이지.”
반면 친구 A의 경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A는 우리만 함께 지내는 상황이었다면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아이들이 함께이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아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싸움으로 인해 우리 사이에 서운함이 생기고, 나아가 어른 싸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게 A의 우려였다. 그래서 A는 우리집 주변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숙소, 호텔 등을 알아보며, 웬만해서는 우리 집에서 머무는 걸 피하려고 했다.
A와 B 사이의 중간 지점에는 내가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의 의견에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는 한편, 친구 B의 의견에 조금 더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당연히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친구 사이에 그런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MBTI에서 앞자리가 파워 E인 난 친구들이 우리집에서 머무는 게 좋았다.
안 그래도 미국에 사느라 1년에 친구들을 두 세번 만날까 말까인데, 이번 기회에 진득하니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나는 매일 출퇴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평일에는 퇴근 후에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친구들이 다른 숙소에서 머물게 될 경우 친구들이 미국에 온다 해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현저하게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그럴 바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 함께 한 곳에서 지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다수결의 원칙대로 결국 친구들은 우리 집에서 한 달을 지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지낸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의 동거는 순항 중이다. 무난한 동거생활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다섯명의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기대보다도 자기들끼리 잘 놀았다. 일단 외출 후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은 사전협의라도 한 듯이 정원을 향해 뛰쳐나갔다. 정원에서 그네를 타거나 야구놀이, 시장놀이, 축구, 칼 싸움 등을 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어른들은 마치 동물을 사육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양질의 밥만 제공하면 됐다.
결혼 후 파워주부가 된 친구들은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 등을 척척해냈다. 그뿐인가. 그동안 내가 일한다는 핑계로 제쳐뒀던 우리집 살림을 점검해줬다. 요즘 잘 나간다는 수세미, 텀블러 세척 태블릿 등을 마트에서 사오는가 하면, 우리집 청소기를 새로 장만해주기까지 했다. 요즘 나온 청소기는 먼지 필터를 매번 비울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며, 현대 사회의 기술이 주는 편리함을 맛보라고 했다.
앞으로 3주 정도 남은 우리의 동거가 지금처럼 매끄럽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의 또다른 동거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이번 동거가 반드시 성공적으로 끝나야만 한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