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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Oct 24. 2021

글쓰기 네 번째 수업: 추억의 음식은?

음식으로 하는 추억 여행

  자기소개 글 작성은 넘어갔지만 처음 글을 쓰고 약간의 자신감이 붙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의 본캐 그리고 부캐를 알렸다. 그리고 나도 다른 수강생들의 본캐와 부캐 이야기를 들었다.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진솔한 이야기에 내적 친근감이 생겼다. 이야기를 들으며 '아 저런 본캐가 있구나. 부캐는 정말 다양하구나. 원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감추고 싶었던 본캐 이야기(=무직이라는 것)를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세 번째 숙제는 <음식에 대한 추억>을 담아 글을 써오는 거였다. 주제를 듣자마자 많은 음식이 떠올랐다. 초등학생 때 걸스카우트 활동하면서 갔던 중국에서 먹은 베이징 덕의 맛. 막상 홍콩의 레이가든에서 베이징 덕을 먹었지만 그때의 그 맛이 아니어서 실망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또 뭐가 떠오르나. 집에서 국자 태워가며 해 먹었던 달고나. 초등학생 때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던 저렴한 과자 나눠먹으면서 행복했던 때. 놀이공원에 가서 처음으로 맛본 코코넛의 맛. 다양한 음식과 함께 그 상황이 머릿속에 흐릿하게 그려졌다. 특정 상황에 후각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기억이 더 오래간다더니 맞는 말인가 보다.


  다른 음식에도 추억이 많지만 엄마가 자주 해줬던 음식을 적기로 했다. 30대의 엄마는 살면서 처음으로 가게를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 아빠는 노는 걸 너무 좋아해서 가게를 거의 엄마 혼자 운영하게 했으니 엄마는 가게 보랴, 육아하랴 몸이 고단했다. 엄마의 흑역사 시절이라며 지금은 그때의 어떤 일도 떠올리는 걸 치를 떨며 싫어한다. 엄마는 그때를 싫어하지만, 엄마가 우리의 밥을 잘 챙겨주려 노력한 건 지금까지도 잘 떠오른다. 죽순이 들어간 탕수육도 튀겨주고, 생선찜, 돌솥밥 등 잘 챙겨줬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1cm 납작 샌드위치'다.


  1cm 샌드위치가가 무엇이냐. 준비 재료는 5가지 정도로 아주 간단한 샌드위치다. 침대 매트릭스같이 무거운 무언가가 있어야 1cm 샌드위치고 그게 아니면 식빵, 삶은 계란과 감자, 마요네즈 그리고 딸기잼을 넣은 감자 계란 샌드위치가 된다. 말이 간단이지 계란과 감자를 삶아 으깨는 것만 해도 최소 20분은 걸린다. 그러니 미리 삶아 으깨 놓고 마요네즈만 섞어 냉장보관해두면 편하다. 식빵-딸기잼-으깬 감자와 계란-식빵. 이렇게 만들어서 랩에 감싸 침대 매트릭스 사이에 넣어뒀다. 어쩌다 그 아래 넣어두기 시작한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하교하고 집에 올 때면 처음엔 3cm는 되었을 샌드위치가 침대 밑에서 1cm 정도로 납작해져 있었다. 나와 동생은 따뜻해진 식빵을 먹으며 놀았다. 나는 어느새 엄마가 그때 어떤 마음으로 그 샌드위치를 만들었을지 알만큼 커버렸다.


  과제로 낼 글을 다 쓰고 나니 샌드위치 생각이 간절해졌다. 식빵 대신 치아바타를 꺼내 반을 갈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웠다. 홀그레인 머스터드에 양상추, 오이, 올리브, 까망베르, 꼬흐니숑, 햄. 어느새 다 커서 내 입맛의 음식을 찾아버린 나. 이런 내 음식도 엄마 아빠에겐 추억의 음식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여러분의 추억의 음식은 무엇인가요?



글쓰기 수업 4주 차  


 음식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4주 차 수업은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한 내용이 더 많았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부모님이 해줬던 음식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의 상황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여 내 이야기가 아니고, 내가 맛 본 음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맛을 알 것 같았다. 다들 진귀한 재료를 쓴 값비싼 음식에 대한 추억은 없었다. 쉽게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아니면 나물무침 이야기를 했다. 음식에 대한 추억이지만 음식보단 그 음식을 해준 '사람'이 더 드러나는 이야기였다. 엄마나 아빠 아니면 부인이나 남편. 상대방과의 추억이 음식에 엮여서 더 맛있고 그리운 이야기. 이날의 주제는 추억의 음식이었는데 결국은 우리를 그때 그 과거로 데려다주었다. 같은 주제를 받고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게 흥미롭다. 


다음 주 주제는 가족인데 또 어떤 이야기를 쓰고,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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