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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Feb 04. 2023

그림/ 임윤찬 공연 보러 날아서 5500km...

그러나 그는 없었습니다.

클래식을 즐겨 듣지만 피아니스트의 기교나 실력을 (감히) 논할 수 없다. 그저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단이 내는 소리의 어우러짐, 화음이 적확히 쌓여나가는 희열을 느끼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뿐이다. 아잔소리와 아랍풍 노래에 질려갈 때쯤 휴가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 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 요르단에서 쉽게 갈 수 있는 나라를 찾았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는 짧은 기간 여행을 해본 곳이었으나 헝가리와 체코는 못 가봤다. 동유럽으로 마음을 굳히려던 차 임윤찬이 로마와 밀라노에서 공연을 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로마행은 휴가를 이틀이나(휴가가 9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2일은 부담스러웠다.) 써야 했지만 밀라노행은 하루만 써도 됐다. 그렇게 2박 3일 밀라노 여행을 계획했다. 기념품을 잔뜩 사서 돌아올 요량으로 수하물도 추가하고 기내용 캐리어도 빌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공연표 결제도 마쳤다. 남은 것은 숙소 예약뿐이었다.


공연을 일주일 앞둔 저녁, 친구 화에게 임윤찬 공연 보러 갔다고 은근히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연주회를 자주 찾는 화는 너무 좋겠다부터 후기 꼭 들려달라며 나만큼 즐거워하다가 프로그램을 물었다. 한껏 들뜬 나는 "기다려봐!"하고 공연 예매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는 찾았는데 임윤찬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밑에 두 줄짜리의 공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클리번 수상자 임윤찬에서 xxx으로 대체됩니다.-. "화야. 프로그램 이거라는데... 임윤찬 없어."라며  했다. 은근한 자랑의 말은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대체 연주자도 괜찮을 거고, 밀라노도 재미있을 거라고 나를 달래는 친구의 말만이 카톡 창에 떠올랐다.


임윤찬 사라진 밀라노행 휴가. 유일한 목적이 사라지자 그 이후 계획을 짜지 않았다. 캐리어 빌리기, 환전, 숙소 예약, 일정 짜기 등을 출발 전 이틀간 끝내버렸다. 비록 출발 전부터 하나 있던 계획이 어그러졌지만 8년 만에 가는 밀라노 여행 즐겁게 하고 와야지! 중동 일상 잠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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