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는 명절 때마다 관리사무소 두어 군데에 작은 선물을 돌린다. 어제 인사말이 적힌 작은 종이를 선물에다 붙이면서 엄마한테 엄마, 우리한테는 선물 줄 사람 없어? 그랬더니 없단다. 우리가 을이라서 그렇지? 그러니까 별 대답이 없다.
예전 회사 다닐 때는 나름 갑의 위치에 있었지만 딱히 명절 선물을 받고 다니지는 않았다. 외국계 회사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고 직급이 대리일 때 그만둬버려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때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아침마다 회사 지하에 있던 카페에서 샷추가 한 아메리카노를 매일 마셨는데, 주문받는 분이 내가 오면 샷추가는 가끔 서비스로 해주실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독하고 쓴 걸 어떻게 매일 마셨지 싶다. 아마도 그걸 마셨던 게 아니라 필요해서 들이킨 거였으니 일이 얼마나 고되었는지 지금은 상상도 잘 안 된다.
재작년까지 카페를 운영하면서 그 커피를 자주 떠올렸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이 절실한 직장인들에게 맛있는 커피 한 잔 내려주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 나는 덕분에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그래서 카페 운영이 돈도 잘 안 되고 몸이 너무 힘들 때에도 보람은 있었다. 한 잔도 허투루 내리지 않은 음료들을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게 그나마 나의 큰 힘이었다.
부동산 일도 그렇다. 가끔 좋은 자리를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는다. 내 일은 자리가 필요한 사람의 자리를 찾아주고 놀고 있는 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양쪽 사이에 끼여 이리저리 치이고 심지어 관리사무소에도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가 많긴 하지만 나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지 않으면 하지 못할 일이다.
어제 집에 갔더니 아빠가 지인에게 받아온 선물, 동생이 미국에서 주문해서 온 선물들이 두세 박스 도착해 있었다. 회사에서 못 받으면 어때, 주는 사람이 되는 것도 나쁘진 않지. 어제는 한라봉과 곶감이 참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