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여의도에서 <지구런> 10km 대회에 참가하였습니다. 집에서 따릉이를 타고 여의도로 이동했습니다. 여의도 대회 좋네요. 집에서도 멀지 않고, 코스도 대체로 평이합니다. 다만 날씨는 무척 더웠습니다. 따릉이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는데 벌써부터 지글지글한 열기가 느껴집니다. 불길합니다.
문화의 광장에 모여서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합니다. 저는 여기 광장 이름이 문화의 광장이란 것을 이제서야 처음 알았습니다. '문화' 어쩌고저쩌고 적혀있던 것으로 기억해서 여의도 한강공원인가 싶어서 한강공원에 갔더니 아무도 없어서 다시 여의도로 왔습니다. 맞아요. 저는 집합장소가 어디인지도, 코스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여의도 대회인데 출발, 도착 지점이 특이합니다. 광장 동편 도로가 아닌 서편 입구를 통해 잠시 도로를 달린 다음, 다시 여의도 공원 안쪽으로 들어와서 한강 나들목 통로를 지나 한강공원으로 나갑니다. 당산 방향으로 달려 5km 반환점을 돌아 원래 위치로 돌아옵니다.
섭씨 영상 20도를 훌쩍 넘고 체감 기온으로는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인데, 대회 주최 측이 잘못했습니다. 이런 날씨에는 새벽 5시 정각에 대회 시작해야 하는데, 9시 정각 출발이라니. 주최 측 잘못입니다. 내년에도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면 새벽 4시 집결, 5시 출발 기대합니다. 그럼요. 러너에 대한 예의가 있다면 새벽 5시에는 대회 시작해야 합니다. 거리가 짧았습니다.
일요일에는 반포 트랙에서 한 번 더 10000m를 달렸습니다. 400m 92초(1km 3분 50초) 페이스로 달리기로 했고, 마지막 2000m(다섯 바퀴)는 조금 빠르게 속력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저는 전날 대회 여파인지 마지막에 페이스를 많이 올릴 수는 없었고, 적당히 점점 빠르게 달리며 마쳤습니다.
반포 지속주 마치고 잠실 석촌으로 이동하여 오픈케어 프로젝트 뒤풀이에 참석했어요. 간단한 다과로 운동 얘기하면서 매 시즌 마무리하는 이런 모임 아주 좋습니다. 제가 인터벌은 잘하지 못하고 좋아하지 않지만 입터벌은 아주 좋아하거든요. 저의 입터벌이 인터벌과 다른 점은 중간 휴식 시간이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기회만 된다면 하루 종일 끊임없이 운동 수다 실컷 하고 싶어요.
월요일 아침. 효창운동장 번개 달리기입니다. 시작은 천천히 달리지만 배문 큰형님들 조깅 페이스는 저에게 거의 대회 지속주 페이스에 가깝기 때문에 3일 연속 10k 훈련하는 것과 같습니다.
똑같은 쫀쫀이 컴프레션 양말인데 어느 배문중 선수 발목에서는 양말이 흘러내릴 듯 헐거워 보입니다. 숨 막힐 듯 터질 것처럼 제 발목을 탱탱하게 감싸고 있는 CEP 양말을 보니 양말 참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했어요. 양말 흘러내릴 것 같은 배문중 선수 다리를 한참 보며 달렸습니다. 다른 사람 각선미를 보며 경탄을 남발한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역시, 남자 다리는 저래야지.'
위 영상만 봐도 사뿐사뿐 달리는 육상부 선수들과 달리, 저는 어찌나 쿵쾅거리며 뛰는지. 믿기지 않겠지만 저렇게 달릴 때 저는 '깃털처럼 가볍게 달리고 있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역시 사람은 일상이든 운동이든 메타인지,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고 운동 메타인지 첫걸음은 영상 촬영을 통한 비교와 대조입니다. 저도 언젠가 양말이 흘러내릴 듯 가느다란 제 다리를 상상해 봅니다. 상상만 했습니다. 아마 다리 살 빼는 것보다 CEP 양말 남자 7사이즈를 주문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요. 그런데 7사이즈 같은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평소 육상부 선수 아침 조깅에서 함께 달리면 35분 정도 지나서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오늘은 '뚱뚱한 아저씨'에 대한 배려 가득한 페이스로 1km 3분 45초~3분 50초에서 더 이상 빠르게 올리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끝까지 달리고, 100m 질주 반복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마라톤 운동을 몇 년째 이어오며 고강도 또는 장거리 훈련이 있는 수요일이나 일요일 저녁은 '치팅'데이였는데요. 이제 월요일 새벽을 위해 일요일에도 긴장 가득한 식단 관리를 이어가야겠습니다. 육상부 '큰 형님들' 옆에 제 몸을 세워 놓고 보니 제 몸은 사람 몸이 아니었어요. 이런 몸으로 달리기라는 것을 한다니, 거울을 볼수록 놀라울 따름입니다.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까지 3일 연속 10k 달리기를 했기 때문에 다리에는 젖산이 가득한 느낌이고 몸이 무겁지만 기분만은 최고입니다. 달리기 덕분에 행복한 하루와 일주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