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3 이내 기록을 위해서는 어떻게 연습할까
42.195km. 풀코스를 위한 준비 기간은 대략 3~4개월이다. 마라톤을 위한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초보자의 경우 6개월~1년 정도의 더 긴 시간이 필요하고, 평소 훈련과 꾸준한 대회 참가로 잘 준비된 마라토너라면 더 짧은 기간에도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3~4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많은 러닝 클래스에서 봄과 가을 마라톤을 위한 레슨을 진행한다. 나 또한 네이버카페 <오픈케어>의 마라톤 100일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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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 동안 쉬는 날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의도적인 휴식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달린다. 나 역시 11월 말 다낭 가족 여행, 2월 설 명절 연휴 기간에도 항상 운동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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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준비 100일, 3개월을 한 달씩 나누었을 때, 첫 번째 한 달은 마라톤을 위한 몸을 만드는 기간이다. 지구력과 스피드를 위한 몸을 만들며 달리는 거리량을 늘려 나간다. 두 번째 한 달은 본격적인 거리 늘리기이다. 거의 매 주말마다 25000m~40000m를 달리며 거리에 대한 적응을 하는 기간이다. 마지막 한 달은 장거리 달리기는 차츰 줄이며 스피드를 올리는 기간이다. 때마침 이 시기는 가을 마라톤의 경우 날씨가 선선해지고, 봄 마라톤의 경우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늦겨울, 초봄 시기와 맞물려 스피드를 올리기 좋은 환경이다. 대회를 앞둔 마지막 2~3주 동안은 훈련 빈도는 유지하되 훈련 시간과 거리는 차츰 줄이며 대회를 위해 몸의 민첩성을 유지하며 체력 회복을 하는 테이퍼링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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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준비 시즌은 그 기간 내내 고강도가 아닌 대부분 저중강도의 연습으로 채워지고, 일주일에 두 번(평일 1회, 주말 1회)은 조금 더 강도가 높은 포인트 훈련 일정이 들어간다. 강도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중고강도 정도이다. 10km 또는 5000m 등 종목처럼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의 한계 속도에 가까운 훈련으로 스피드 감각을 높이는 것이 아니고 풀코스의 경우 적당한 수준의 속도를 오랜 시간, 긴 거리 동안 지속할 수 있는 지구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인트 훈련 일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70분~90분 정도의 가벼운 유산소 달리기로 이루어져 있고 너무 높은 강도의 포인트 훈련을 하게 되면 이런 매일의 달리기를 지속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득 보다 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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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풀코스 3시간 이내 기록에서 개인 기록에 도전하는 마스터즈 마라토너라면 자연스럽게 월 350km 내외, 많이 달리는 경우 월 400km 이상을 달리게 된다. 물론 더 적은 누적 거리량으로도 원하는 실력을 발휘하는 재능형 선수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의 경우 첫 풀코스 서브 3을 달성했던 2021년에는 월평균 누적거리가 대략 280~300km 정도였고, 첫 2시간 50분 이내를 기록했던 2023년 서울마라톤 직전의 겨울에는 3개월간 평균 누적거리가 400km 내외였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거나 훈련에 대한 의지, 각오가 강했던 것은 아니다. 실력이 향상되고 기록이 단축되는 과정에서 매일 달리기가 내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며 자연스럽게 훈련량이 늘어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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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스스로 훈련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자기 확신이 결여되고 자신감이 떨어져 대회 당일 목표 페이스 설정에 애를 먹게 된다. 몸보다 의욕이 앞서 초반부터 오버 페이스로 나가게 되면 ‘악마의 35km’ 이후 후반 구간에서 급격한 체력 저하로 처절한 고통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겨울 시즌 초반이었던 12월 초에는 발 중족골 부위에 피로 골절과 같은 통증(다행히 피로골절은 아니었다)으로 2주 정도 러닝을 하지 못해 12월 누적 러닝거리가 190km, 연말연시 1월 신정 연휴 가족 여행으로 4일 정도 러닝 훈련을 누락하고, 유난히 눈과 비가 잦았던 이번 겨울 날씨 그리고 명절 연휴 이후에도 급체와 장염 증상으로 일주일 가량 운동을 이어가지 못했던 까닭에 1월에는 누적거리 295km, 2월에도 마찬가지로 329km에 불과해 최초 서브 3을 달성한 이후 가장 준비량이 적은 시즌이 되었다. 대회를 앞두고 심적으로 쫓기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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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는 1km당 3분 55초 정도의 페이스를 목표로 출발 시점에서부터 속도를 유지해 볼 계획이다. 1km 당 3분 55초의 페이스는 속도로 환산할 경우 15.3km/h이다.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풀코스 기준 나 자신의 개인 기록이다. 실패하게 된다면 다음 가을 마라톤을 다시 노려야 한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훈련량으로 한 번도 경험 못한 미지의 기록에 도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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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스 울트라(PLUS ULTRA). 라틴어로 플루스는 영어의 플러스와 같다. ‘더욱’이라는 의미이고 울트라는 흔히 알고 있는 대로 ’ 너머‘, ’멀리‘, ’ 초과‘를 의미한다. 플루스 울트라는 보다 더 멀리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대서양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지브롤터 해협의 남쪽과 북쪽에는 헤라클레스 기둥이라 불리는 바위가 있고, 예전 여기에는 ’ 논 플루스 울트라‘, 즉 더 이상 여기서 더 나가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풍요로운 지중해에서 살아가던 고대 유럽인들은 지중해 연안이 모든 세상이었고 대서양의 망망대해를 향해 더 이상 나아갈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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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를 벗어나 대서양을 향한 대항해시대를 열고 식민지 정복으로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스페인 국왕 카를 5세의 좌우명은 ’ 플루스 울트라‘이다. 단순한 용기와 모험심으로 대서양 넓은 바다로 나아간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항해술, 선박 건조기술, 보급 방법의 발달 등으로 원거리 항해가 가능해지며 자연스럽게 준비된 것이다. 빨강과 노랑으로 구성된 스페인의 국기 한가운데에는 플루스 울트라가 새겨진 기둥이 그려진 국장이 있다. ‘더 멀리 나아간다’는 카를 5세를 거쳐 국기에 까지 그렇게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정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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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훈련 중 달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목표했던 대회에서 처음 경험하는 자신의 한계 속도로 42.195km 거리, 최고의 첫 기록이라는, 미지의 영역에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물론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감이 충분해야 한다. 봄 축제가 자신의 기록을 돌파하는 플루스 울트라가 될지, 과거의 기록 안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길을 답습하는 논 플루스 울트라가 될지는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이번 봄 축제는 어떻게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