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 42.195km 서울을 달린다 - 04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by 아이언파파

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주말. 이 시기에는 풀코스 대회에서의 목표페이스보다 1km 당 10초 정도 빠른 속도로 10,000m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마지막 포인트 훈련이다. 다가오는 수요일쯤 5,000m 또는 3,000m 거리의 짧고 빠른 프로그램이 남아있지만 대회 페이스에 가까운 지속주 러닝으로는 마지막인 셈이다. 훈련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몸 상태에 따른 기록은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지금부터는 주어진 트레이닝을 누락하지 않으며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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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45초/km 페이스 10,000m 37분 30초로 달리는 프로그램이었다. 400미터 트랙 기준 1 랩당 90초. 오늘 함께 운동하는 분들 구성이 2시간 45분 목표 그룹과 2시간 49분 목표 그룹이 섞여 있어 적당히 1 랩당 91~92초 정도로 달리기로 하였고, 몸 상태를 봐서 2시간 45분을 목표하는 인원은 바깥 레인으로 달리며 페이스를 맞추면 된다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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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m 출발 전에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3월 중반임에도 서리가 내릴 정도의 새벽 추위 때문인지 20 랩을 뛰어도 몸이 풀리지 않고 페이스가 오르지 않아 후반부 다른 분들이 페이스를 올리는 시점에서는 따라가기 어려워 무진장 힘들었다. 37분 58초로 25 랩 10,000m 마무리. 힘들어도 기분 좋게 새벽 훈련을 끝냈다. 일주일 남았지만 이번 마라톤 준비 기간의 주요 트레이닝은 모두 끝냈다는 홀가분함 마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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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기간 동안 갑자기 고강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훈련 시간을 늘리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이미 마라톤을 위한 러닝 실력은 결정이 나 있기 때문에 이제 와서 훈련 내용에 자극을 주어도 극적인 변화는 없다. 오히려 몸만 망칠 가능성이 높다. 체중 관리와 먹는 음식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갑자기 먹지 않던 보양식을 먹는 등 몸에 무리를 가해서는 안 된다. 평소 먹는 대로 식단을 이어가며 한꺼번에 과식하지 않도록 한다. 위 크기를 유지하거나 조금씩 줄여야 한다. 위 크기가 크면 장거리 장시간 운동을 하며 허기를 느끼고 심리적으로 지치는 시점 또한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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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소 장거리 지구력 운동을 한다면 마라톤 대회 직전 기간뿐만 아니라 평소 식단 관리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체중관리, 혈액 순환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통곡물 그리고 양념과 소스를 최소화한 샐러드, 단백질 보충을 위한 고기와 연어, 생선 등. 가공식품과 가공육은 대회와 운동뿐만 아니라 일상의 건강을 위해서도 줄이고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밀 가공식품 또는 당, 포화지방이 많이 함유된 과자, 비스킷 등 편의점 간식들을 먹는 날이면 몸 전체가 둔해지고 어딘가 열이 빠지지 않은 듯한 답답한 느낌이 들곤 한다. 빵이나 베이글 또한 먹지 않는데, 밀가루 성분은 소화 과정에서도 좋지 않고 글루텐 성분 또한 운동 능력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테니스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조코비치의 경우 자신의 기량 비결 중 하나로 글루텐 프리 식단이라 말하였고, 실제 그것으로 책을 내기도 하였다. 조코비치가 어떤 선수인지 넷플릭스 스포츠 다큐멘터리 <브레이킹 포인트> 시리즈를 시청해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열 살, 스무 살 어린 신예 최강의 선수들에게도 조코비치의 존재는 여전히 맞서 싸우기 두려운 현역 최강의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것. 타고난 재능, 꾸준한 연습과 노력뿐만 아니라 먹는 것 하나하나까지 엄격하게 절제하고 관리하는 챔피언은 어떤 선수인지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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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샐러드와 연어, 소고기 안심, 돼지고기 등을 가장 좋아한다. 물론 가끔 식욕을 주체하지 못할 때에는 피자나 치킨을 먹기도 하고 탄산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런 음식들을 일상적으로 먹는 것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먹는 것은 사후 관리 가능 여부가 다르다. 술은 일절 마사지 않는다. 완전히 끊은 지 3년 정도 되었다. 이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이유도 사내 정치를 위한 술 문화에 진절머리 났던 까닭이었는데, 당시 직장 생활을 하며 나라는 인간은 술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친구들과의 술자리 등에서 오고 가는 대화나 분위기가 좋았던 것이지 술 자체를 맛있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던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만의 일을 하게 되면서,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 더욱 가정에 충실하고 친구들과의 시간 또한 줄어들게 되며 더 이상 내키지 않으면서도 술을 마셔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었고 완전히 끊게 되었다. 술을 한 방울도 마사지 않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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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흡수가 느리고 소화가 더딘 고형질 식품은 피해야 한다. 부지런한 분들은 꿀과 쌀 등을 조합하여 자신만의 보급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빠르게 에너지 전환을 도와주는 에너지젤, 파워젤을 섭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코로나 이후 대회에서는 주로 스웨덴 모르텐 MAURTEN 제품을 이용하였다. 엘리우드 킵초게, 얀 프로디노 등 장거리 지구력 종목 챔피언들이 이용하는 제품이기도 하고, 내가 직접 섭취했을 때에도 효과가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 제품인 아미노바이탈 제품을 이용할 계획이다. 이유는 딱히 없다. IRONMAN70.3 고성 대회 얼리버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아미노바이탈 제품 세트를 넘치도록 많이 나누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마라톤 대회에서도 주최 측에서 또 나누어 주었다. 대회 레이스 중에도 하프 지점쯤에서 해당 제품 에너지젤을 나누어 준다고 한다. 아미노바이탈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스포츠 뉴트리션 브랜드 중 하나이다

아미노바이탈 제품이 너무 넘쳐서 당분간 훈련과 대회에서는 이용할 예정인데, 내 돈 주고 사 먹지는 않는다. 이건 이유가 있다. 아미노바이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아지노모토는 대표적인 일본 제국 전범 기업 중 하나이다. 투철한 항일 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스키 탈 때에는 키로로 루스츠 하쿠바 등 일본 스키 리조트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즐겼다. 나중에 다시 스키를 타게 된다면 일본 스키 여행은 꼭 다시 가고 싶다. 아이가 커가며 도쿄 디즈니랜드나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자연스럽게 가 볼 것 같다. 다만 굳이 강제 노동을 착취하고 명절 차례 상과 제수 음식에도 ‘천황 폐하에게 충성하는 마음으로 아지노모토(미원)를 넣어 올리자’는 캠페인을 한 회사 제품을 사 먹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어찌 됐든 철인 3종 대회와 마라톤 대회마다 많이 나누어 주다 보니 훈련 때 꾸준히 먹었음에도 아직 10개 넘는 아미노바이탈 젤이 남아 있다. 이번 서울마라톤 레이스에서는 출발 직전 1개, 하프 지점쯤 1개, 30km 지점을 지나는 어디쯤에서 1개 정도 이렇게 총 3개를 섭취할 예정이다. 첫 서브 3을 달성하기 이전에는 경기마다 6~8개씩 젤을 먹기도 했었는데, 몸이 점점 장거리화 되면서 효율이 좋아졌는지 예전만큼 많은 수의 젤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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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기간을 앞두고 식탐을 절제하고 식단을 관리해야 하는데, 사실 이런저런 종류의 대회들이 1년 내내 일정 기간 이어지기 때문에 마라톤과 3종 등 유산소 지구력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그리고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 특성상 평생 음식 관리를 한다고 봐야 한다. 뭔가 있어 보이게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지중해 식단 같은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싱겁고 과일채소식 위주로 먹으며 정제된 음식과 가공식품을 최소화한 식단을 유지하면 무척 재미없을 것 같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사실 정반대라는 것이다. 정갈한 음식을 먹다 보니 가끔의 간단한 외식과 간식도 무척 맛있게 느껴진다. 아내의 음식과 고향 엄마의 특별할 것 없는 음식도 항상 특별하게 맛있다. 맛있다며 잘 먹으니 주변 사람들도 좋아한다. 꼭 더 많은 사람들이 유산소 지구력 운동에 몰입하는 즐거움과 풀 껍데기와 퍽퍽한 고기에서도 매번 축복처럼 느껴지는 먹는 기쁨을 누리면 좋겠다. 큰 이벤트가 없어도 하루하루가 축제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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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문화권에는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아모레 Amore , 칸타레 Cantare, 만지아레 Mangiare , 지오카레 Giocare. 사랑하고, 노래하고, 먹고, 즐겁게 노는 것이다. 라틴 문화권의 나라에 가 보면 느긋한 여유가 넘치고 밝고 낭만적이다. 축제 같은 분위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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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라틴 국가라고 한다. 노는 것도 먹는 것도 일하는 것, 그리고 휴가까지도 화끈하고 전투적으로 (?) 하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비록 늘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전부인 줄 알고 있는 사회에서 살아왔지만 운동 취미를 즐기고 그리고 그것을 위해 먹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실천하는 것만으로 삶을 더욱 축제처럼 즐길 수 있다. 어려워 보이지만 어렵지 않다. 다행인 것은 예전보다 이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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