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마라톤, 어떻게 입고 달릴까
봄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계속 이어지는 3월이다. 지난겨울은 유독 마라토너에게 가혹한 겨울이었다. 평균 기온이 더 낮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후 이슈 때문인지 예전과 다르게 유난히 눈과 비가 자주 내렸고, 북극 한파가 자주 찾아왔었다. 야외 트랙 등에서 운동을 이어가기 쉽지 않았고, 특히 나처럼 일과 육아 시간을 피해 새벽 이른 시간에 운동을 해야 하는 철인아빠 입장에서는 항상 꽁꽁 얼어 있는 빙판길로 인하여 야외 달리기가 무척 힘들었던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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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이지만 아직 새벽과 저녁에는 쌀쌀하다. 패딩을 꽁꽁 싸매고 출퇴근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3월 17일 아침 8시에 출발하는 서울마라톤에서는 어떻게 입어야 할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민소매 상의인 싱글렛을 착용하고 하의는 짧은 길이의 레이싱 숏이나 레이싱 하프 타이즈 등을 착용해야 한다. 여전히 겨울이 계속되는 추운 아침이지만 예보 상으로는 영상의 기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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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을 제대로 즐기는 마라토너들은 이 정도 날씨에 싱글렛과 짧은 반바지를 입는 것이 너무 익숙하지만, 대다수의 분들은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날씨에 민소매, 반바지를 입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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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을 목표로 하는 서브 3 주자든, 5시간 제한 시간 내 무사 완주를 목표로 하는 초보 러너이든 영상의 기온에서 42.195km 풀코스의 긴 거리를 자신의 한계 속도로 달려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10~20분만 뛰어도 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흐른다. 대회 기념품으로 지급받는 반팔이나 긴팔 티셔츠는 말 그대로 기념품일 뿐이다. 풀코스 대회에서 착용하기에는 너무 덥다. 비가 오는 등 날씨에 따라서는 모자나 암슬리브(팔 토시)를 착용해야 할 경우도 있지만 영상의 기온에서는 고민할 것 없이 민소매 싱글렛 그리고 짧은 반바지 숏을 착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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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주변에는 도저히 납득을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나 가능하지.’, ‘감기 걸린다.’, ‘나이 드니 예전 같지 않아서 보온이 중요하다.’ 등등. 이런 분들은 경기 당일 마라톤 대회장에 나와서도 본인처럼 대회 기념품 반팔 티셔츠나 긴팔 상의를 입은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위안을 얻는다. 출발 후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나 오늘 실수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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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 의학 협회는 ‘노인’의 기준을 이렇게 정했다고 한다. 첫째, 스스로 늙었다고 느낀다. 둘째, 자신이 배울 만큼 배웠다고 여긴다. 셋째, “이 나이에 그런 일을 뭐 하러 해”라며 투정 부린다. 넷째, 자신에게 미래는 없다고 느낀다. 다섯째, 젊은 층의 활동에 관심이 없다. 여섯째, 듣기보다 말하기를 즐긴다. 일곱째,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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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아주 사소한 취미일 뿐이지만 마라톤을 하면서도 내가 늙은 것은 아닌지, 또는 ‘애늙은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가만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라톤 대회장에는 60, 70 줄에 들어섰어도 싱글렛과 숏, 타이즈를 입고 스타트 준비를 하는 ‘욜드(YOLD, young old) 마라토너들이 많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낙오자란 없다. 그동안 준비해 온 나 자신을 믿고 가볍고 시원하게 달려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