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마라톤 하루 전. 모든 준비는 끝났다. 만족하든 만족하지 않든
서울마라톤 하루 전. 매주 토요일마다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새벽 이른 시간 탄천종합운동장 트랙에서 모두 모였다. 대회 하루 전이니 30분 가벼운 조깅 그리고 1,000m 3분 35초 정도의 적당히 빠른 속도의 달리기로 마무리하였다. 평소처럼 샐러드와 카스텔라 조금, 가족과 함께 약간의 밥, 대회 식단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아내가 해 준, 양배추 가득한 오꼬노미야끼 등을 먹고 한강공원에서 소풍을 즐기며 아내와 번갈아가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충분하든 충분하지 않든, 스스로 만족하든 만족하지 않든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내일 광화문에서 모여 달리는 것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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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함은 습관‘이라고 했다 한다. 하나의 재능은 여러 가지 상황을 수많이 겪고 반복해서 연습하는 가운데 몸에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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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우정은 순식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 애증을 겪으며 서로의 관계를 ‘연습’한 뒤에야 ‘친구 사이’가 이루어진다. 진정한 친구가 수십 명에 이를 수는 없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 하나를 만드는 데도 많은 시간과 품이 들기 때문이다. 진정한 친구가 없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탁월함은 습관이다.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배려하고 마음 쓰는 ‘습관’을 키우다 보면, 어느덧 자신의 주변은 좋은 친구들로 가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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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정과도 같다. 모든 종목이 그렇겠지만 마라톤 또한 단번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마다 계절마다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대회에서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그렇게 조금씩 나아진다. 탁월해진다. 다음 대회를 준비하며 좋은 습관을 하나 더 만들고, 다음 시즌에 들어가며 날마다 일상을 바꿔나간다. 안 좋은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은 완전히 내 것이 되도록 정성을 들인다. 반복되는 개선에서 어느덧 훌쩍 성장한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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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거 아니? 파도는 하루에 75만 번이 해안을 때린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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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작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에 나오는 대사이다. 몇 번의 파도인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루에 75만 번이나 해안에 파도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바다를 바라보는 내 마음 또한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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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을 향해 부지런히 밀려오는 파도가 해안선을 바꾸듯 하루하루 매일 이어지는 습관들이 내 삶의 지형을 바꾼다. 우리를 바꾸는 것은 어떤 드라마틱한 위대한 일 속에 들어 있지 않다. 파도처럼 흔하고 자잘한 것을 하나씩 해 나가는 것이 내 삶을, 일상을, 생의 지도를 바꾼다. 내일 대회는 끝나지만 오늘도 달렸던 것처럼 내일도 그다음 날도 새벽 달리기를 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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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대회가 끝이 아니다. 또다시 이어지는 새로움의 시작이다. 겨울 동안 준비해 온 모두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목표 달성의 성취감과 실패의 좌절에서도 모든 이가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