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봄을 달린다 01

보스턴마라톤 01. 서울마라톤 이후 천천히 서두르며 보스턴 준비를 하다

by 아이언파파

보스턴마라톤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보스턴마라톤이 열리는 날은 애국자의 날 또는 애국일로 불리는 날인데, 애국일(영어: Patriots' Day)은 미국의 매사추세츠주, 메인주, 위스콘신주에서 제정된 기념일이다. 미국 독립 전쟁의 첫 전투인 1775년 4월 19일의 렉싱턴 콩코드 전투를 기념한 것으로, 4월 3번째 주 월요일에 해당되고, 이때 보스턴마라톤이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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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상으로는 공교롭게도 3월 셋째 일요일에 개최되는 서울마라톤의 딱 한 달 뒤 시점에 보스턴마라톤이 열린다.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하는 마라톤 마니아라면 봄에 열리는 국내 메이저 마라톤인 서울마라톤에도 대부분 참가하니 일정 상 보스턴마라톤을 준비하기에는 정말 좋다.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할 때 보통 최종 장거리(40,000m) 훈련을 대회 한 달 전 시점에 실시하고 이후에는 하프 거리 훈련, 10,000m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대회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보스턴마라톤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서울마라톤 42.195km를 달렸고, 2주 앞둔 시점에서 뉴발란스 인천 송도 하프마라톤을 달렸다. 일주일을 앞둔 이번 주말에는 자체적으로 트랙에서 10,000m를 달려보며 컨디션을 관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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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마라톤은 가장 역사가 오래된 대회 중 하나이고, 수많은 위대한 선수들이 영광을 차지했던 레이스이다. 최초의 여성 마라토너가 완주한 대회이다. 역사적으로나 상징성으로나 마라토너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대회이다. 열정이 있는 마라토너라면 누구나 홉킨턴을 출발하여 다운타운에서 피니쉬 하는 보스턴 코스를 달리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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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에게는 특히 더욱 인연이 깊은 대회이다.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참가한 서윤복이 1947년 51회 대회에 2시간 25분 39초의 신기록으로 1위를 했고, 1950년 54회 때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1~3위로 골인해 화제가 되었다. 이봉주는 2001년 105회 대회에서 2시간 9분 43초로 우승, 케냐의 대회 11연패를 저지했다. 보스턴마라톤에서 얻은 한국인의 금메달만 무려 3개가 된다. 서윤복 선수의 우승 스토리는 작년 추석 연휴 시기에 개봉한 영화 <1947보스톤>을 통해 대중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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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라톤을 하기 전 나는 보스턴마라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봉주 선수가 이루었던 수많은 기록과 성적들 중 보스턴마라톤 우승이라는 업적이 있다는 것도 솔직히 몇 년 전에야 처음 알았다. 보스턴마라톤이 이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대회인지, 마라토너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된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 ‘인생의 버킷리스트’ 같은 말처럼 큰 목표였던 것도 아니다. 나는 과연 나 스스로 진심으로 이런 보스턴마라톤을 열망했던 것일까? 취미로 3종, 마라톤 등을 하면서 주변에 함께 운동하는 분들이 워낙 보스턴, 보스턴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 그걸 접하면서 ‘남들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 Rene Girard가 외치던 말이다. 가치라는 것은 물건이나 사람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이 원하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소중한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마라톤 대회들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가치 있는 경험으로 만들지는 나 자신에게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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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나 렌테 Festina L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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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서둘러라.”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에서 비롯된 말이다. 당시 아우구스투스 기념 금화의 한 면에는 나비와 게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나비는 신속함을, 게는 신중함을 상징하였다. 일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되 그 과정에서 신중을 기하라는 황제의 뜻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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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보스턴마라톤 준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마라톤을 마친 시점이라 큰 숙제를 마친 편안한 마음으로 가벼운 퇴근 러닝을 일상에 포함시키고 새벽 운동 때에도 느긋하게 집에서 4km 떨어진 반포종합운동장 트랙까지 조깅으로 왕복하며 장거리 체질에 맞는 몸을 유지하였다. 그와 함께 매일 러닝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하프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하며 한 달의 기간 동안 흐트러지거나 빈틈을 보이는 일정 없이 준비하였다. 천천히 그리고 서두르며 나의 첫 해외 마라톤을 기다려왔다. 짧은 대회 여행 일정 동안 시차적응도 쉽지 않고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마냥 마음 편하게 마라톤에 집중하기는 어렵겠지만 긍정의 각오로 첫 해외 메이저를 즐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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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마라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봄 달리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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