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스템 기획자에서 삶의 시스템 기획자로

백수 엄마의 이력서

by 루니
높이 오르라. 멀리 오르라. 여러분의 목적지는 하늘이다. 여러분의 목표는 별이다

게임 시스템 기획자로 일하던 시절.

나는 유저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재미와 수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완벽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내 전문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 삶의 진짜 유저인 나 자신과 가족들의 행동 패턴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보는 시간은 오전 등원 전 한 시간이 전부인 삶.

퇴근하면 이미 잠든 가족을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가족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주어진 시간을 오직 회사와 일을 위해서만 사용했습니다.


퇴근길, 남편이 보내주는 아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게임 속 캐릭터의 성장 방향은 완벽하게 설계하면서정작 내 아이와 나 자신의 성장은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실 속 가족들은 내 계획에 없는 일정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예외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예외 처리를 고려하지 못한 로봇처럼 삐걱거렸고, 그때마다 아이와 가족에 대한 미안함만 커져갔습니다.


이것이 내가 원하던 성공이었을까?

회사에서는 인정받았을지 몰라도, 집에 돌아가면 서비스 종료된 게임처럼 깜깜한 현실이 과연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멈춤의 시간이 시작된 지금, 나는 처음으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내 인생의 진짜 플레이어인 '나'를 위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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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정지 속 보물들

게임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면 모든 것이 멈춘다. 내 인생에서도 처음으로 일시정지를 눌렀더니, 그제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아침 7시.

아이가 내 이불을 끌어당기며

"오윤서 귀여워~~ 오윤서 배고파요!!" 라고 애교를 부린다.

예전엔 경험하지 못한 귀여운 알림에 웃음짓는 아침.


출근과 등원을 위해 분초를 다투며 보냈던 아침과는 사뭇 다른 아침을 맞이한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아이 아침밥을 차리고, 대화를 나누고, 옷을 챙겨주는 소소한 행복이 지나가면 필사로 시작하는 나만의 시간이 펼쳐집니다.


예전처럼 나만의 시간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자기계발 동영상을 들으며 시작하는 커피 타임과 이렇게 내 삶을 회고하는 에세이를 쓰는 이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고요합니다.

저녁 식사 시간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녁 늦게 들어와 혼자 먹던 식사가 아닌, 온 가족이 모여 오늘 있었던 일을 공유하는 시간.

"오늘 내가 뽑기를 했는데 인형을 2개나 뽑았어!"

라며 인형 뽑기 결과물을 자랑하는 아들과

"오윤서 귀여워~"라며 자화자찬하는 딸의 목소리가 어떤 사운드 이펙트보다 생생하게 들립니다. (양 옆에서 들려서 정신은 좀 없지만요 ㅎㅎ)


밤에 아이를 재우며 자장가를 불러주거나 책을 읽어주고, 아이를 품에 안고 잠드는 평화로운 순간들이 진짜 성취감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빼곡하게 채웠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그냥 가만히 앉아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행복의 기준도 바뀌었습니다. 프로젝트 성공, 승진, 인정 같은 것들이 행복의 척도였다면, 이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족과의 대화,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이 진짜 행복입니다.

이제 나만의 새로운 인생 시스템을 설계할 때 인 것 같습니다.

가족과 나 자신, 그리고 진짜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시스템을요.


목표 시스템 재 설계

게임 캐릭터의 성장 스탯처럼 내 인생의 스탯을 재분배할 시간입니다.

오직 '업무 능력'에만 올인했던 나는 이제 네 가지 분야로 스탯을 균형 있게 분배하고자 합니다.


1. 자기 계발과 경제적 목표

매일 아침 7시 기상 후 아이들 등교가 끝나면 필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힘들 때 읽던 『내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를 통해 내 삶과 관점을 다시 설계하는 법을 배우고, 인문학 책을 읽으며 인간을 알아가고 관점을 바꿔주는 지혜를 흡수하다보니, 마음속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인 목소리 대신 긍정적인 내면을 더 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패가 아닌 성공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아이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됨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적 목표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큰 집, 더 좋은 물건, 해외여행 등 외부로 보이는 물질적 가치 대신 '충분히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꿨습니다.

가족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 만큼, 아이의 교육에 투자할 수 있을 만큼, 가끔은 여행도 갈 수 있을 만큼.

돈을 위한 일이 아니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기로, 그래서 현재는 기존 개발 PM 강의에 더해 시스템 기획 강의 개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 여가와 봉사 목표

이제는 업무를 위한 게임 플레이가 아닌 즐기기 위한 인생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여행에 와서도 '업무'를 처리하던 쉬지 못하던 나에서,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거나 산책을 하는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나로 변했습니다.

이런 순간들은 어떤 게임보다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예측할 수 없고 다시 플레이할 수도 없지만 그래서 더 소중합니다.

아이가 갑자기 길가에서 춤을 추자 주변에서 귀엽다고 웃는 순간들,

둘이 싸우다가 어느새 친하게 놀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며 황당하면서도 웃기는 추억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아이를 위한 아침 교통정리 봉사와 내가 가진 지식을 후배에게 공유하고 도와주는 나눔을 통해, 나의 가치를 남이 아닌 나에게 돌리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나를 위한 치트키

내 삶에 실패라는 제약이 없다면 나는 정말 무엇을 꿈꿀까?

'현실적인' 것들만 생각하며 살아와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것 같아 처음엔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조금씩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니,

첫째, 내 곁의 모든 사람들이 나로 인해 더 행복해지는 삶을 살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

둘째, 이 세상에 작은 선한 영향을 미치는 '기여'를 하고 싶다.

셋째,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성장'의 여정을 계속하고 싶다.

넷째, 일도 가족도, 나 자신도 모두 소중히 여기는 '균형'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다섯째, 나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

이런 꿈들이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가 믿는다면 실현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이 꿈을 토대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려볼 예정입니다.

내 꿈을 실행하고 현실로 만들어, 이제 실패하지 않는 내 삶을 살기 위해서요.


게임에서는 게임 오버가 있지만, 인생에는 게임 오버가 없다. 다만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뿐이다. 나는 이제 내 인생의 진짜 플레이어가 되어, 가장 의미 있는 게임을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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