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엄마의 이력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사춘기는 세상 모든 것이 삐뚤게 보이나 봅니다.
모든 것이 불만이고, 대응법도 폭력적이네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주변이 짜증난다며 자신을 과하게 내보이려고 하는 것이 자주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심하게 화를 내거나,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않는다며 "말을 하지 말자"라고 선언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기 일쑤니 한숨이 절로 납니다.
처음에는 공감해주고, 안아주고, 들어주며 조금씩 나아짐에 칭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지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지치고 기운이 빠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다독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처럼 행동하지 못하고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한번 내기 시작한 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울분이 되어
"너는 항상 그런 식이야. 너 스스로 못났다고 하기 전에 해본 적은 있어? 시도는 해봤냐고?"
라며 소리지르다 등교하는 아이를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묵묵히 혼자 학교로 향했고, 나는 집에 공허하게 남았습니다.
집에서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여유롭지 않고 초조한가 보다.'
별일도 아닌 것에 화를 내고 과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아이를 이해하고 학교생활을 잘하게 도와주고 싶어 노력했지만, 반복되는 부정적인 말들 앞에서 나 자신도 부정당하는 것으로 느꼈나 봅니다.
분명 계속 나아가고 있는데 결과가 보이지 않아 초조한 내 앞에서 자신감을 낮추는 아이의 말을 들으니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화가 났습니다. 아이가 아닌 나 자신에게 더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썼습니다.
아침 필사에 나온 글을 토대로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나도 너도 긍정적으로 앞으로 함께 나아가자고 말을 담아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습니다.
지금 너에게는 세상이 온통 어둡게만 보이고, 모든 게 불공평해 보여서 짜증나고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 세상에는 네가 보지 못하는 아름다운 것들이 정말 많다.
비록 내 말이 지금 당장 와닿지 않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힘든 일에 단단해지고 즐거운 일에 가슴 따뜻해지는 날들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엄마도 여유를 갖고 너를 더 이해하고 성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이에게 쓴 편지는 사실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편지일 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나 자신이 더 위로받고 싶었거든요.
화를 낸 것도, 지친 것도, 답답한 것도 모두 인간적인 감정이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왜 이 감정을 느꼈는지 확인하고 나를 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랫동안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애썼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치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완벽한 엄마를 내려놓고 진실한 엄마가 되기로 다짐했습니다.
실수도 하고, 화도 내고, 때로는 울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는 그런 엄마가 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