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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상황을 극복하는 세 가지 무기- 2. 목(目)

by 아이작 유

부정적 상황을 극복하는 첫 번째 무기- 1. 소(笑)



부정적 상황을 극복하는 두 번째 무기- 2. 목(目) "눈을 크게 뜨자!"

인간의 눈은 다른 동물들의 눈과 달리 매우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눈은 옆으로 길게 찢어져 있다. 또한 검은 동공을 흰자위라 불리는 흰색 공막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이다. 지구상 동물 중 공막이 흰색인 동물은 우리 인간이 유일하다고 한다. 침팬지, 강아지, 고양이와 같은 동물의 경우, 동공과 공막이 모두 같은 색이다. 이로 인해 외부에서 그들이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나타내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흰색 공막에 의해서 동공과 공막이 뚜렷하게 구별되며 눈을 통해서 타인의 시선을 읽고 타인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한 실험에서 유인원과 사람을 마주보게 한 뒤 사람이 머리와 눈을 여러 방향으로 향하게 할 때 유인원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 관찰했다. 실험 결과 유인원은 사람이 가리키는 눈 방향이 아닌 머리 방향에 주의를 기울여 반응했다고 한다. 반면한 살의 유아들을 상대로 똑같은 실험을 했을 때 유아들은 사람의 머리 방향이 아닌 눈 방향에 주의를 기울여 반응했다고 한다. 실험에 따르면, 생후 7개월만 되어도 부모의 눈동자를 통해 부모의 감정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교감한다는 것이 밝혀졌다.[1]


우리 인간은 눈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교감하는 의사 소통 능력을 발전시켜왔다. 이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리의 현재 감정 상태는 우리의 눈에 쓰여 있다. 사람들은 우리의 눈빛만 보더라도 우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읽을 수 있다. 우리가 부정적인 생각 속에 사로잡혀 있고, 불안과 걱정, 긴장과 스트레스의 영향권 아래 있다면 우리의 눈빛은 생기가 없고, 힘이 없고, 초롱초롱하지 않으며, 피곤해 보이고, 흐리멍덩하게 보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코티졸 수치가 높은 상태인 경우 실제 시력 저하가 발생했다고 한다.[2]


이제부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힐 때 눈을 크게 뜨면 부정적인 모드를 긍정적인 모드로 바꾸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바이오리듬상 나는 오후 시간에 짜증이 나고 부정적인 모드에 빠질 때가 많다. 표현은 못 하지만 내 속마음은 이렇게 외쳤다.


‘이만큼 했으면 됐지 왜 또 이렇게까지 해야 해! 답답해!’
‘아휴, 짜증나!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다!’
‘왜 내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거지!?’
‘그냥 다 마음에 들지 않아!’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하고 가치 없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것일까?’


부정적인 모드에 빠지면 나는 더 이상 일에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웠고, 내 안에 있는 창의적 에너지는 고갈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이럴 때면 내 눈빛은 십중팔구 빛과 생기를 잃었고 힘이 없었다. 그런 눈으로 일을 해보았자 업무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이럴 때면 나는 부정적인 모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내 눈빛은 초롱초롱하다!’
‘나는 자신감이 넘친다.’
‘나는 어떠한 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가장 창의적이다!’


이와 같이 일단 눈을 크게 뜨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나는 부정적인 기운을 즉시 끊어버리고 긍정적인 모드 속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피곤할 때면 의식적으로 눈을 크게 뜨고 일을 하다 보니


“많이 피곤해 보인다!”
“힘들어 보인다!”
“업무로 정말 고생이 많다!”


라는 동료들의 말이 많이 줄었다. 오히려 그들은 “컨디션이 참 좋아 보인다!”, “요즘 일이 잘 풀리나 봐!”, “오늘 엄청 기분이 좋아 보인다!”와 같은 말을 많이 건네주었다.


나는 왜 눈을 크게 뜨면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스트레스 유발 사건 또는 사람을 만나면 불안을 느끼게 되며 이는 눈빛과 얼굴 표정에 드러난다. 그런데 피하고 싶은 사건과 사람을 항상 피할 수는 없기에 스트레스는 더욱더 가중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눈을 크게 뜨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과 사람을 회피하려고 들지 않고 정확하게 직시할 때, 당신은 그것들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그 결과 당신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건설적이고 높은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다.


실제로 눈을 크게 뜨는 단순한 행위는 뇌의 각성 수준(arousal level)을 높이고 인지 기능을 일시적으로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자율신경계, 특히 교감신경계를 자극하여 망막으로 더 많은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게 하고, 뇌를 주의와 경계 상태로 전환시키는데 이러한 변화는 주의 네트워크(attentional network)를 활성화시켜 작업 기억, 집중력, 의사결정 능력 등 핵심 인지 기능을 향상시킨다. 또한 이러한 효과는 '몸의 행동이 마음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몸-마음 피드백 이론(Embodied Cognition) 으로도 설명된다. 예컨대 웃는 표정이 실제 기분을 개선하고, 자세를 곧게 하면 자신감이 올라가듯, 눈을 의식적으로 크게 뜨는 행위 역시 뇌에 '준비되었다'는 신호를 전달하며 실제로 인지적 상태를 변화시킨다.[3]



아이작 유

<셋으로된 모든것은 완벽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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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

[1] “왜 인간 눈에만 흰자위가 있나”, <사이언스타임즈>, 이성규 기자, 2017년 11월 4일. 참고.

[2] Bernhard A. Sabel외,「 Mental stress as consequence and cause of vision loss: the dawn of psychosomatic ophthalmology for preventive and personalized medicine」, EPMA Journal. vol9, pg. 133–160(2018). 참고.

[3] Risko et al. (2012), "Posture and attention: Evidence for a positive embodiment effect"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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