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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싸라 Nov 03. 2023

오늘도 난 당기고 민다.

운동이 놀이가 되기를 꿈꾸며

 그 전날 뭘 해도 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컨디션이 살아나던 때가 있었다. 술 한 잔에도 얼굴이 벌거질 정도로 해독능력이 제로였던 나였지만 20대 초중반은 달랐다. 비록 몇 시간만 자고 일어나도 멀쩡하게 아침부터 하루를 알차게 보냈던 시절, 운동 따윈 필요 없었다. 그저 몇 시간 푹 자고 일어나거나, 알코올로 바삭 말라가는 목을 오렌지주스로 시원하게 축이기만 하면 모든 게 만사해결이었다.   


 그 시절, 건강은 우리의 관심 밖이었다. 마음대로 몸을 써도 그다음 날 곧바로 회복될뿐더러, 부스팅이 필요하면 우루사에 박카스 D 한 병이면 끝이었다. 그런 때였기에 '운동'을 다루는 콘텐트는 그야말로 소귀에 경읽기요, out of 안중(즉, 안중에도 없다) 일뿐이었다. 


 그 시절, 우리 주위를 어슬렁 거리던 여러 콘텐트 중 하나가 '딴지일보'였다. 무려 백만 년 만에 혹시나 해서 검색해 찾아 들어가 보니 아직도 있긴 하다. 거기서 연재하던 여러 기사 혹은 글들이 있었는데 그중 '맛스타드림'이라는 필명을 가진 분이 쓰던 글이 있었다. 그는 딴지일보에서 2004년부터 '스포츠강좌'를 연재하며 힘과 체력 그리고 스피드에 대한 수많은 소주제로 글을 썼다. 딴지일보는 당시 20대 초 나이대의 놀이터였기에 특별한 이유 없이 들락날락하며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그 글들을 읽었더랬다. 하나 차츰 그 글들과 그의 생각에 난 빠져갔다. 더 많이 읽고 싶었고, 읽은 후 그렇게 움직여 보고 싶었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었지만 파편화된 글에 점점 갈증을 느꼈다. 나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던 건지 결국 그 글을 묶고 새로운 내용을 담아 한 권의 책이 나왔다. 원색적인 제목을 가진 그 그 책이름이 바로 '남자는 힘이다'이다. 이 책이 나온 2011년 난 곧바로 이 책을 주문했고, 차근차근 정독했으며, 이상하게 그 내용에 빠져 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안중에도 없던 '운동'이 나의 가장 중요한 놀이의 한 부분이요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친구 중 하나로 되어 가고 있었다.  


 이 책이 지향하는 바는 너무나도 명확하고 단순했다. 우리 신체를 자연스럽게 움직여 힘을 포함한 체력을 기르고 건강해지자였다. 가령 이런 식이다. 각종 머신은 잊어라.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완전 초보자들은 단 두 가지만 기억해라. 들어 올리고(i.e. 데드리프트), 밀어 올리고(i.e. 밀리터리 프레스). 이 두 가지 동작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의 동작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평소에 취하는 동작이다. 유산소, 무산소 운동이 따로 나뉘어 있는 게 아니다. 달리기, 사이클 그리고 수영을 빨리 하면 무산소 운동이 되고, 반대로 웨이드 훈련이라 할지라도 가벼운 무게를 사용해 오랜 시간 운동하면 이것 역시 유산소 운동이 된다. 엘리트 선수들의 올림픽 메달 색깔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최대 무기는 결국 '스트렝스(힘, 근력)'이다. 이 스트렝스가 몸의 회복과 유연성 운동과 함께 진정한 Athlete(탄탄한 근육에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진 자)이 되기 위한 가장 근본이다. 


 몸을 움직이면 땀이 난다. 좀 더 세게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면 심장이 뛴다. 올림픽에서 메달 딸 것도 아닌데 굳이 극한으로 나를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다. 분명히 힘든데 내 컨디션에 맞춰 꾸준히 했더니 뭐랄까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김주환 교수가 쓴 '회복탄력성'이란 책에 따르면 우리의 마음 근력을 키워주는 과학적인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감사하기 그리고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운동이란다. 거창한 계획을 갖고 시작한 것도 아니다. 힘을 키우는 것이야 말로 모든 운동의 핵심이고, 어떻게 하면 그 힘을 키울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도 단순하고 논리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끌렸을 뿐인데, 운동은 점점 인생의 즐거움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놀이의 한 종류가 내 인생에 또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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