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자마자 직수로만 수유를 하기 시작했다. 조리원에서는 가끔 유축도 하고 새벽에는 분유를 먹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바로 젖을 물려 먹이는 것이편할 것 같아 분유는 물론, 유축기 대여조차 하지 않았다. 조리원을 퇴소할 즈음에는 거의 직수만으로 아기의 생활이 돌아갔기에 괜찮겠거니 했다. 덕분에 지금 아기의 수유텀은 1시간에서 2시간. 산후도우미님이 있는 낮 시간에도 낮잠을 길게 잘 수 없다. 그 외의 시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이것 참, 잘한 짓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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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요일에 공휴일이 끼어서 산후도우미님이 없는 금토일을 보내게 되었다. 집에 도착한 지 삼일째이지만 아직도 모든 것이 우당탕탕이다. 아기의 꿍가를 닦고 화장실에서 돌아오던 남편이 물에 젖은 아기 엉덩이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것 봐. 나 깨끗하게 닦았지." 바로 그 순간 아기는 2차 볼일을 시작했다. 나머지는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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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태열이 올라왔다. 태열이라는 건 사실 의학적인 단어는 아니라고 한다. 신생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고, 온도와 무관하게 생기는 경우도 많다. 원인을 모르니 부모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본다. 온도를 낮추고, 옷을 시원한 소재로 바꿔 입히고, 보습크림을 수시로 바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으면 약한 스테로이드를 처방받거나 자연치유를 기다린다. 신생아 촬영이 코앞이라 약을 바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결국은 후자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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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신생아 촬영을 출장으로 불러, 작가님이 집으로 왔다. 젊은 아기 엄마 작가님이어서인지 아기를 다루는 기술이 아주 능숙했다. 예쁜 배경과 꽃을 깔고 천으로 아기를 꼭 말아 눕힌 채 손에는 꽃 한 송이도 쥐어주었다. 태열도 감춰지는 귀여움이었다. 아기가 울면 작가님이 아기 귀에 대고 음- 하는 진동 소리를 내었다. 그러면 금세 아기가 조용해졌다. 아기가 더 크게 울면 작가님도 더 크게 소리를 내었다. 아기를 달래는 노하우라고 했다. "아기 소리보다 더 크게 내서 울음소리를 덮어버리세요." 작가님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니 이런 꿀팁이라니. 받아 적을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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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시에서는 주는 아기 출산 축하 케이크가 도착했다. 세금으로 주는 선물일 텐데 기왕 주는 거 좀 더 맛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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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주고 거실 화장실 청소를 해주고점심으로 순두부찌개에 애호박전을 차려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들 앞에 앉아 숟가락을 드는데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찔끔 났다. 산후도우미 이용 기간을 3주로 결제했는데 벌써부터 혼자 남을 날들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