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기록이 역사가 된다.
작년에도 한 권으론 모자랐기에
올해는 특별히 사이즈를 키웠는데도.
새 다이어리를 쓰기 전에
두서없이 적었던 페이지들을 들추어본다.
어떤 것은 책에서 발견한 좋은 글귀, 혹은 통근 전철 안에서 갈겨쓴 아이디어의 파편들, 회의 중에 오고 간 중요한 이야기들,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로 처리해야 할 to do list ...
나는 뭐든 손으로 하는 걸 좋아하는 답답이라서 (좋게 말하면 아날로그 나쁘게 하면 주먹구구식) 1년 단위로 다이어리 겸 하여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외에도 쪽지며 메모며 노트며도 있지만 다이어리는 왠지 내 삶 그 자체인 것 같아서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
내가 보관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다이어리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적은 곰돌이 푸 디자인의 링 바인더 식 다이어리.
지금 보면 낯 뜨겁고 유치한 그때의 문장들이 빛바랜 다이어리처럼 내 안 어딘가에 스며들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거다.
기록 속의 나는 순수하고, 솔직하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아낄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타인 혹은 몇 년 후의 내가 그것을 다시 읽을 거라곤 감히 상상하지도 못한 채, 마음에 떠오른 생각과 그날의 감정들에 충실했던 지난날의 내가 부럽다.
나보다 남과 일에 대한 메모로 가득했던 2019년의 다이어리 vol.1 안녕!
내일은 오늘보다 나에게 한 뼘 더 가까워 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