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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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다
모질고 모진 생각들이
외딴 섬에 모여 작당한다
그들은 땅을 파고 들어가
이리저리 방향 바꿔 가며
가장 취역한 부분을 찾아
깊숙이, 더 깊숙이
헤집고 다닌다
그렇게 사방으로 퍼진 구멍들을
더이상 버티지 못한 채
육지는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가장 무른 곳에서 태어나
저 안의 무름을 간직한
뻘건 용암이 쏟아져 나온다
뜨거운 불덩이는
무너져 내린 육지를 따라
깊게 파인 길 위를 흐르며
고통의 시간 속에서
속살 드러난 공간들을 채워 나간다
더이상 뻗을 곳 없을 때까지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날이 지나고
어디선가 멈추어 선 불덩이는
서서히 식어간다
그리고
검은 땅이 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날이 지나고
어느새 연둣빛 스며든다
저 안의 무름 간직한
검은 땅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