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시도르 Jan 30. 2021

검은 땅

검은 땅

_

모질다

모질고 모진 생각들이

외딴 섬에 모여 작당한다


그들은 땅을 파고 들어가

이리저리 방향 바꿔 가며

가장 취역한 부분을 찾아

깊숙이, 더 깊숙이

헤집고 다닌다


그렇게 사방으로 퍼진 구멍들을

더이상 버티지 못한 채

육지는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가장 무른 곳에서 태어나

저 안의 무름을 간직한

뻘건 용암이 쏟아져 나온다


뜨거운 불덩이는

무너져 내린 육지를 따라

깊게 파인 길 위를 흐르며

고통의 시간 속에서

속살 드러난 공간들을 채워 나간다

더이상 뻗을 곳 없을 때까지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날이 지나고

어디선가 멈추어 선 불덩이는

서서히 식어간다

그리고

검은 땅이 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날이 지나고

어느새 연둣빛 스며든다


저 안의 무름 간직한

검은 땅 위로


매거진의 이전글 제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