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
오르차를 떠날 시간이 되어 릭샤를 요청하였다. 호텔 사장에 따르면 오르차에서 잔시까지 250루피가 정가이며, 합승을 할 때에는 거리에 따라 5루피에서 20루피를 받는다고 한다. 릭샤 왈라와 호텔 종업원이 뭔가 뒤로 주고받은 것으로 보아 280루피 중에 30루피는 커미션인 듯하다. 멀리까지 가서 잡아 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붉은색으로 요란하게 색칠해진 잔시 역에 왔다. 카주라호에서 잔시로 왔던 PUNJAB MAIL을 타야 하는 데 미리 인쇄하여 가지고 간 티켓에는 몇 번 게이트인지 나와 있지 않아 IRCTC 앱으로 찾아봐도 어느 칸에 타야 하는지 모르겠다. 젊은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1A는 흔히 HA1이며 경찰은 4번 게이트로 들어온다고 한다. 경찰의 말을 굳게 믿고 4번 게이트만 쳐다 있어도 다른 기차만 도착한다. 고개 돌려 옆을 보니 5번 게이트에 눈에 익은 숫자 12137이 보인다.
'아, 뭐야? 벌써 와 있었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HA1을 모른다. 청소부에게 물어보니 맨 앞이라고 한다. 급한 마음에 달리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100m 이상을 뛴 것 같다.
HA1칸은 1A와 2A에 나뉘어 있으며, 3개의 방에 각각 4개의 침대가 있다. 2A 창가 쪽 침대 부분이 1A에서는 통로가 된다. 2A와는 다르게 깨끗한 요와 담요가 제공되며, 선풍기 팬에도 먼지가 없고 에어컨이 작동 중이다. 잠깐 정차할 때는 짜이와 사모사 파는 이들이 다니며, 직원들이 바닥을 닦고 알코올로 소독을 한다.
출입구를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석양의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대학시절 친구들과 무궁화호로 타고 여행했던 추억을 잠깐 되살려본다. 도심의 복잡함을 잊고 잠시 삶의 여유가 느껴지는 즐거운 기차 여행이다.
기차에서 만난 다섯 살의 귀여운 꼬마 Ansi는 엄마와 집에 가는 중이다. 잠이 안 오는지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엄마와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기차 여행을 즐기는 중이다. '엉클'이라 부르며 2층의 내 침대를 기웃거리더니 결국 정복한다. 참 귀여운 아이다. 엄마 품에서 잠들 줄 알았던 그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3시간 동안 볼 수 있었다.
조지 클루니를 닮은 Joshi는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뭄바이에서 엊저녁에 출발하여 고향인 아그라에서 잠시 머문 후 델리로 일자리를 구하러 간다고 한다. 아들은 의사, 딸은 변호사로 키운 그는 살림살이가 담긴 7개의 낡은 짐 가방을 가지고 있다. 아그라에 도착할 무렵 조금의 쓰레기를 시트에 남겨 놓았더니 벌써 인도 스타일을 배웠냐고 살짝 꾸짖는다. 쓰레기통이 안 보여 봉투에 오렌지 껍질을 담아 자리에 둔 것뿐인데 민망하다. 거리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다르다.
타지마할 서문까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싯다르타 호텔은 묵고 싶었던 그런 호텔이다. 고급스러운 방은 아니지만 잘 정돈된 침대의 시트는 푹신푹신하다. 테이블과 의자는 물론 콘센트도 머리맡에 있다. 화장실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더운물이 잘 나온다. 호텔 마당에는 레스토랑도 있어 리조트 분위기가 난다. 이른 아침에 타지마할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