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25.
평화로운 아침이다.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이슬람 독경 소리만 아니라면 인도란 것을 알 수 없다. 뭄바이로 가는 비행기가 오후라 체크아웃을 하고 나하가르 포트(Nahargarh Fort)로 나섰다. 릭샤로 300루피, 1시간 걸리는 거리이었다.
잘 마할을 지나고 구불구불 나하가르 로드로 20분 정도 올라가니 울창한 산의 정상에 나하르가 요새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10시 30분부터 입장이라 잠시 요새 앞의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즐긴다. 따뜻한 커피만 아니었으면 성의 없게 만들어진 차가운 샌드위치를 먹지 못했을 것 같다. 통합 입장권의 유효기간이 이틀이라 어쩔 수 없이 200루피의 입장권을 다시 사야만 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하다.
나하가르는 핑크시티를 둘러싸고 있는 210m 높이의 아라발리 구릉(aravali hills) 위에 세워진 요새로서, 능선을 따라 자아가르 포트(Jaijarh Fort)까지 이어진다. 1734년에 자이싱 2세가 기초를 닦아 1892년까지 지어진 요새는 나하르 싱(Nahar Singh) 왕자의 영혼이 요새를 건설하는 인부를 괴롭혀서 나하가르란 이름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다른 라자스탄의 구릉 요새처럼 나하가르도 자체적인 물 보존 시스템인 탱크, 계단 우물을 요새 안에 갖추고 있다. 「Tanka」라고 하는 사각형의 물탱크는 마드하벤드라 바완(Madhavendra Bhawan)의 테라스와 둘러싸고 있는 언덕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모으는 효과적인 빗물 저장 장치이다. 계단 우물(step well)은 요새와 주변 언덕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모여드는 정사각형의 연못 형태로 작은 여과기를 설치하여 깨끗한 물만 고이게끔 설계되었다고 한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한때 깨끗했을 우물이 지금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마드호 싱(Madho Singh II)이 아홉 명의 왕비를 위해 지은 마드하벤드라 바완으로 들어갔다. 왕의 크고 화려한 침실은 침실, 주방, 화장실 및 베란다로 구성된 아파트 형태로 만들어진 왕비의 이름을 딴 방들과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왕비의 방은 꽃을 묘사한 라지푸트-무굴 프레스코로 장식되어 있으며, 유리창은 자이푸르를 향해 열려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옥상에서 보는 자이푸르의 전경은 장관이다. 뒤쪽으로는 험준한 능선을 따라 건설되어있는 성벽들이 보이고, 앞쪽으로는 까마득히 먼 산의 밑자락까지 레고 블록 같은 건물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공항으로 갈 시간이 되었는데 올라가 안 된다. 자이푸르는 다른 도시보다 릭샤 요금이 비싼 편이라 이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시티 팰리스까지 400루피를 부르더라도 릭샤를 탈 수밖에 없다. 독점인 것을 왈라들도 알기 때문에 절대로 깎아 주지 않는다. 시티 팰리스에서 올라를 이용하여 공항까지 오니, 오늘 지출한 교통비가 모두 약 1,000루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숙소부터 미리 대절을 했을 텐데 아쉽다. 이제 다음 도시는 인도 최대의 경제도시 뭄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