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28.
맛집으로 소문난 야즈다니 빵집(Yazdani Bakery, since 1953)의 갓 구운 빵의 향내를 맡으면서, 하나하나가 예술품인 유럽식 건축물로 가득한 거리로 나섰다.
1718년에 세워진 뭄바이 최초의 성공회 교회인 세인트 토마스 대성당(St. Thomas' Cathedral)을 거쳐, 플로라 분수(Flora Fountain)로 향했다. 1864년에 지어진 플로라 분수는 사우스 뭄바이의 심장부에 위치하며, CST(Shivaji Terminus)도 도보 거리에 있다. 분수 꼭대기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새하얀 로마의 여신 플로라는 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면서 주변을 더욱 밝히고 있다.
분수에서 5분 거리의 뭄바이 대학 한편에는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빅벤을 모델로 한 뭄바이의 랜드마크인 라자바이 시계탑(Rajabai Clock Tower)이 솟아있다. 85m 높이의 이 시계탑은 「2018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뭄바이의 고딕과 예술 데코 앙상블(Victorian Gothic and Art Deco Ensembles of Mumbai)의 일부이다. 이는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뭄바이에서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예술적인 건물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2004년에 등록된 CST 외에도 뭄바이 대학, 고등법원, 경찰청, 시청, 크로포드 시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종려나무가 우거진 뭄바이 대학과 바로 옆의 고등법원에 들어가서 세계문화유산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뭄바이 대학과 고등법원의 길 맞은편에는 오발 마이단(Oval Maidan)이 있다. 넓이가 8.9ha인 오발 마이단은 뭄바이에서 큰 공원 중 하나로서, 대규모의 크리켓 경기뿐만 아니라 담장을 이루고 있는 높다란 푸른 나무들 밑으로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장소로 보인다. 가로수 위로 우뚝 솟아 있는 시계탑(Rajabai Tower)이 인상적이다. 너른 공원에서는 몇 팀의 크리켓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한창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청소년 선수들은 구경하는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경기 방법을 알려주고, 어설픈 동작에 깔깔깔 웃는다.
공원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차트라파티 시바지 박물관(CSMVS. Chhatrapati Shivaji Maharaj Vastu Sangrahalaya)을 향했다. 1922년 대중에게 공개되어 웨일즈 왕자(King George Ⅴ) 박물관이라고 불렸던 이곳은 인도 최고 수준의 박물관 중 하나이다. 힌두의 챠트리, 이슬람의 거대한 아치형 돔이 혼합된 화려한 무굴제국의 건축물 스타일과 유럽의 고딕 양식이 조화를 이룬 형태로 지어진 박물관은 그 자체가 예술품으로 자이푸르 박물관(앨버트 홀)이 연상된다. 옆으로 누운 부처의 두상, 아름다운 정원, 우뚝 솟은 야자나무들이 박물관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박물관은 고대 인도의 역사와 더불어 예술, 고고학, 자연사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예술관에서는 네팔 및 티베트에서 온 다양한 형태의 예술 작품과 함께 악바르의 갑옷을 볼 수 있고, 고고학관에서는 무기와 장식품을, 자연사관에서는 플라밍고, 큰뿔새와 오늘 아침에 숙소에서 보았던 까마귀 등의 뭄바이의 자생 동물들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고 있다.
콜라바(Colaba)와 이곳 포트(Port) 지역은 인도를 영구적으로 식민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광범위한 범위에 19세기 런던을 가져다 놓은 듯 견고하고 커다란 유럽식 건물들이 즐비하다. 군산처럼 뭄바이가 수탈의 항구 역할을 한 경제도시인 것을 반증하듯 건물들은 현재도 관공서나 은행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국 식민 잔재들이 가득한 이곳은 여행자에겐 최상의 관광루트이지만 인도인들에게 치욕의 공간 일턴데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