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는 돈 안 받으면 글 못 써?

어.

by 영화쓰는 이작가


"한 번만 도와주라, 작가님"


영화라는 크리에이팅 작업에서, 작가는 최초의 창작자다.

카메라와 조명, 미술, 의상 등도 물론 영화를 위해 모인 최고의 창작자들이고 작가보다 훨씬 모던한 아티스트의 느낌이다. 이런 팀들은 사진만 찍어도 폼이 난다. 뷰 파인더를 보는 촬영 감독, 배우를 오브제 삼아 의상을 피팅하는 현장 사진하며.....(작가는 시그니처 포즈랄까, 뭐 작가다운 사진이래 봐야 괜히 담쟁이 덩굴 낀 돌담에 기대 심각한 표정 하기 정도다. 가끔 웃는 얼굴도 봤는데, 사진촬영에 익숙치 않은 미소가 오히려 더 사연있어 보였다.)그러니까 폼나는 그들은, '현장의 예술가'다. 시나리오 이후- 영화의 진행과 함께 모여든 창작자들이다.

영화의 예산이 적을 수도 있다. 그때도 물론 프로듀서나 제작자는 이들에게 역시, "에이- 한 번 도와줘."라고 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만큼의 예산과 대략의 셋팅이 갖춰진 상황이기 때문에, 표정의 절박함이나 상황의 위태로움은 많이 가신 상태다. 그냥 '잘 해봅시다'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혹시라도 저의 섣부른 추측이라면 죄송합니다.) 작가만큼 저 말을 자주 듣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면, 애초에 작가라는 사람들의 너무 단촐한 차림새 때문일까?

촬영팀, 조명팀, 의상팀, 분장팀.....감독 외 쎄컨드, 써드의 조수들로 이뤄진 팀이다. 현장에 이들이 도착해 대형 트럭에서 장비들을 내리고, 양 팔로 두꺼운 케이블 풀어놓는 것만 봐도, '와....정말 여간 고된 일이 아니구나.' 일종의 체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작가는, 일단 뭐가 너무 없다. 덜렁 노트북 하나 들고(혹은 그마저도 집에 두고), '오늘도 멍 때렸다ㅋㅋ' 류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나 트위터짹이나 날리며 '왼손이 하는 일을 사실은 왼손 너마저도 망각하게' 만드는 이들이다. 폼 나는 시그니처 포즈도 값 나가 보이는 장비도 없이, '팔짱 낀 빈 손'뿐.

그래서 재화의 가치로 인식되지 않는 걸까. 그러면 작가도 어느 미팅 장소에 나갈 때 다같이 트럭을 타고 가다가 우르르- 함께 내리자고 할까.


계약서 없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왜 계약서를 안 쓰냐'고 묻기가 좀 그래서인 생짜 신인이어서도 있었고, '잘 아는 사람의 소개' 여서 일 때도 있었고, '우리가 지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라는 말이 진짜라고 믿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처음에는 잘 대해줬고, 그런 작업들은 공통적으로 작업이 끝날 기미가 없었다. 결국 누군가는 말을 해야했고, 내가 '돈'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고서야 작업은 마무리가 됐다. 돈 이이야기를 꺼낸 나는 거의 돈을 받지 못 했는데, 그렇게 돈을 거의 돈 받지 못했는데, 그러고서 듣게 된 말은 '돈 밝히는 작가' 라는 말이었다.


나중에 유명해지면 다 일러버려야지... 다 고발해버려야지.. 마음 먹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이 되고서도 나는 그 애기를 꺼내게 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덜 유명해진 탓도 있겠지만, 그 시절의 모두가 나처럼 일을 했던 것은 아니었고, 그때의 나처럼 일을 한 것이 시작하는 신인작가들에게 잘못된 관행을 이어갈 수 있게 한다는 소리를 듣고 더 이상 그 생각을 하기도 싫을 만큼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픈 것은 사실, 얼굴을 모르는 후배들 때문이 아니었다. 딱히 위로 받지도 못하게 된 그 시절의 딱한 나 때문이었다.


작가는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늘 일한다.

누군가와 일하지 않을 때도 일 하고, 돈이 없을 때도 거의 자신만만 하다.

그러다가 어느 때는 아무 것도 아닌 기분이 된다.

Nothing이면서 Everything,

아무 것도 아닐 때도 전부일 수 있다.


고정되지 않은 가격, 예산에 따라 달라지는 고료, 상황에 따라 변동되는 몸값....언제든 잊혀질 수 있는 나 역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업인으로서의 작가에게 함부로 빈 손을 내미는 사람을 마음에 담아 둘 수는 없다. 사실 그건 아주 많이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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