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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쓰는 이작가 Apr 02. 2018

자기는 돈 안 받으면 글 못 써?

어. 


"한 번만 도와주라, 작가님" 

 

영화라는 크리에이팅 작업에서, 작가는 최초의 창작자다. 

카메라와 조명, 미술, 의상 등도 물론 영화를 위해 모인 최고의 창작자들이고 작가보다 훨씬 모던한 아티스트의 느낌이다. 이런 팀들은 사진만 찍어도 폼이 난다. 뷰 파인더를 보는 촬영 감독, 배우를 오브제 삼아 의상을 피팅하는 현장 사진하며.....(작가는 시그니처 포즈랄까, 뭐 작가다운 사진이래 봐야 괜히 담쟁이 덩굴 낀 돌담에 기대 심각한 표정 하기 정도다. 가끔 웃는 얼굴도 봤는데, 사진촬영에 익숙치 않은 미소가 오히려 더 사연있어 보였다.)그러니까 폼나는 그들은, '현장의 예술가'다. 시나리오 이후- 영화의 진행과 함께 모여든 창작자들이다.  

영화의 예산이 적을 수도 있다. 그때도 물론 프로듀서나 제작자는 이들에게 역시, "에이- 한 번 도와줘."라고 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만큼의 예산과 대략의 셋팅이 갖춰진 상황이기 때문에, 표정의 절박함이나 상황의 위태로움은 많이 가신 상태다. 그냥 '잘 해봅시다'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혹시라도 저의 섣부른 추측이라면 죄송합니다.) 작가만큼 저 말을 자주 듣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면, 애초에 작가라는 사람들의 너무 단촐한 차림새 때문일까? 

촬영팀, 조명팀, 의상팀, 분장팀.....감독 외 쎄컨드, 써드의 조수들로 이뤄진 팀이다. 현장에 이들이 도착해 대형 트럭에서 장비들을 내리고, 양 팔로 두꺼운 케이블 풀어놓는 것만 봐도, '와....정말 여간 고된 일이 아니구나.' 일종의 체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작가는, 일단 뭐가 너무 없다. 덜렁 노트북 하나 들고(혹은 그마저도 집에 두고), '오늘도 멍 때렸다ㅋㅋ' 류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나 트위터짹이나 날리며 '왼손이 하는 일을 사실은 왼손 너마저도 망각하게' 만드는 이들이다.  폼 나는 시그니처 포즈도 값 나가 보이는 장비도 없이, '팔짱 낀 빈 손'뿐.

그래서 재화의 가치로 인식되지 않는 걸까. 그러면 작가도 어느 미팅 장소에 나갈 때 다같이 트럭을 타고 가다가 우르르- 함께 내리자고 할까. 


계약서 없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왜 계약서를 안 쓰냐'고 묻기가 좀 그래서인 생짜 신인이어서도 있었고,  '잘 아는 사람의 소개' 여서 일 때도 있었고, '우리가 지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라는 말이 진짜라고 믿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처음에는 잘 대해줬고, 그런 작업들은 공통적으로 작업이 끝날 기미가 없었다. 결국 누군가는 말을 해야했고, 내가 '돈'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고서야 작업은 마무리가 됐다. 돈 이이야기를 꺼낸 나는 거의 돈을 받지 못 했는데, 그렇게 돈을 거의 돈 받지 못했는데, 그러고서 듣게 된 말은 '돈 밝히는 작가' 라는 말이었다. 


나중에 유명해지면 다 일러버려야지... 다 고발해버려야지.. 마음 먹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이 되고서도 나는 그 애기를 꺼내게 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덜 유명해진 탓도 있겠지만, 그 시절의 모두가 나처럼 일을 했던 것은 아니었고, 그때의 나처럼 일을 한 것이 시작하는 신인작가들에게 잘못된 관행을 이어갈 수 있게 한다는 소리를 듣고 더 이상 그 생각을 하기도 싫을 만큼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픈 것은 사실, 얼굴을 모르는 후배들 때문이 아니었다. 딱히 위로 받지도 못하게 된 그 시절의 딱한 나 때문이었다. 


작가는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늘 일한다. 

누군가와 일하지 않을 때도 일 하고, 돈이 없을 때도 거의 자신만만 하다. 

그러다가 어느 때는 아무 것도 아닌 기분이 된다. 

Nothing이면서 Everything,

아무 것도 아닐 때도 전부일 수 있다. 


고정되지 않은 가격, 예산에 따라 달라지는 고료, 상황에 따라 변동되는 몸값....언제든 잊혀질 수 있는 나 역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업인으로서의 작가에게 함부로 빈 손을 내미는 사람을 마음에 담아 둘 수는 없다. 사실 그건 아주 많이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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