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친구까는 글)
"요즘 무슨 일 해?", "요새 바뻐?"
특별한 의미를 담지 않은 이런 인사들은, 프리랜서에게는 꽤 예민한 인사다.
당연한 말이지만 프리랜서는 일이 있을 때도 있고, 일이 없을 때도 있다.
(앞서도 말한 적 있지만) 물론- 작가는 늘 일한다.
"요새 무슨 일 해?"
"아- 개인작업"
이 때의 '개인작업'이란, "통장은 비어있지만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으니 나름의 행복이지." 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는 "아직 돈 꽂아 준 데는 없지만, 일단 쓰고 나면 몇 군데 보여주려고." 역시 같은 의미로, 어떤 걸 고르느냐는 개개인의 성향 차이일 뿐, 듣는 사람은 그쯤에서 일에 관한 근황 토크를 멈춰주는 게 매너다.
간혹 "올해는 스케줄이 꽉 차서요." 라고 말하는 작가도 있긴 하지만, 그 일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개인작업을 한다는 작가의 머릿속 스케줄 역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조성진' 급이기는 마찬가지다.
아무튼 솔직하게 '일 없다.','논다'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가끔 있다). 그런 다음 일종의 '작가적 허세'를 담은 주고받음이 오가게 되는데, 이런 류의 작가적 허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이 없다고 너스레 떠는 쪽(A타입)과 / 바쁘지 뭐, 하며 자존심을 지키는 쪽(B타입).
그날의 기분이나 주로 '질문하는 상대'에 따라 스탠스를 취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 거의 'B타입'에 가깝다. 어쨌거나 십중팔구 A아니면B다. 그런데 얼마전-
나는 신종 유형인 'C타입'을 전해들었다. 그리고 상당히 놀랐다.
마찬가지로 작가인 내 친구는 대단히 과장된 B타입으로, 얼마 전 업계 사람들이 모인 심사자리에 참석했다가 이런 얘길 들었다고 했다.
"작가님은 비싸시죠?"
비.싸.시.죠???
아마도 그냥 B도 아니고 B++에 가까운 내 친구의 성향이 상대를 감화시킨 것이 분명한데, 더욱 놀란 것은 이에 대한 내 친구 B++의 답변이었다.
"네. 제가 좀 비싸죠."
참고로 내 친구B++은 오래 일이 없었으나 그렇다고 지속적 노동이 작가의 몸값(고료라고도 못하겠다 지금 상황에서는)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니, 너 지금은 많이 싸지지 않았어?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무튼 듣는 순간 시공간이 오그라든다는 말은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잘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세요?가 아니라, 비싸세요?라니......
사실은 비싼 작가가 되기 위해, 그러니까 C가 되기 위해 오늘의 A와B들은 달리고 있는 걸까? 그러니까 C는 어쩌면 궁극의 그것, 작가의 최종병기, 마지막 도장깨기 같은 걸까......
그래도 A나 B나 C나...다같이 곤란한 게, 그래서 '얼마냐' 그건데- 간혹 이것 때문에 물어오는 후배님들께 이야기드리자면, 일단 상대에게 먼저 제안하게 하고, 생각보다 많으면 "이번엔 그렇게 해드리죠." 적다면 "더 줘라." 라고 하는 것. 그리고 터무니없다면 안 하는 것. 해볼만한 가치에는 걸어보는 것. 뭐 등등.......어쨌거나 궁극적으로는 C를 향해 가는......하아...모르겠다. 다 써놓고 생각하니 그냥, "나 놀아" 해놓고 카톡 프로필에 개봉날 표시한 사람이 제일 있어보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