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소리나 하는 김에,
노래방에 갔는데 22점을 맞았다. 웬만하면 돈 내는 사람 기분 나쁠까봐 그런 점수는 아예 안 나오게 만들었을 것 같은데, 입력 오류가 난 건지(....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걸수도) 이후로도 계속해서 그 언저리의 점수가 나왔다. 화면에는 친절하게도 오늘의 점수 랭킹이 떴는데, 최하위의 랭킹은 내가 다 채우고 온 것 같다. 노래를 부른 것이 밤 열시쯤이었으니까, 아마 이후로도 더이상의 순위경쟁은 없이 그렇게 마무리 됐을 것이다.
엔딩곡으로 '금요일에 만나요'를 불렀다. 역시나 비슷한 점수였다. 22점이나 맞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이유 노래는 아이유가 부르자고 만든 노래지, '자- 다같이!'하며 부를 수 있는 노래 같지는 않다. 아이유 콘서트에서도 떼창 같은 게 있으려나? 모르겠다. 아무튼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옛날 노래들도 좋지만, 내가 부러운 아이유는, 스물셋과 스물다섯(팔레트)을 노래할 수 있는 아이유다. 특히 스물셋을 보며 그 '솔직할 수 있는 용기'에 너무 놀랐다. 내가 제일 못 하는 게 바로 그거거든.
얼굴만 보면 몰라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일 아주 간단하거든.
사실은 나도 몰라 애초에 나는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거든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 어느 쪽이게?
겁나는 게 없어요 엉망으로 굴어도 사람들은 내게 매일 친절해요
인사하는 저 여자 모퉁이를 돌고도 아직 웃고 있을까 늘 불안해요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서, 가수는 노래를 만들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그리고, 작가는 글을 쓰는 거라고 마무리 하고 싶은데, 나는 잘 모르겠다. 물론 나는 픽션을 쓰니까, 만약 에세이 같은 걸 쓰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작가는 글을 쓰는 거겠지' 라고 마무리 할 수 있겠지.
자기 얘기를 하는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은 지나가다 본 블로거의 거침없는 신변잡기에도 탄복하는데, 하물며 아이유라면, 대중의 보는 눈을 마주하고 자기 얘길 할 수 있다는 게, 용기를 넘어 장군감이다. 게다가 아이유 처럼 호불호가 극명한 처지(?)에, 스물셋을 노래할 수 있다니. 아이유도 쓰기 전에 심호흡이라도 했을까. 아니면, 오히려 말하고 나니 마음이 좀 후련했을까.
I like it, I'm twenty five 날 미워하는 거 알아
I got this . I've truly found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스물셋처럼 혼란을 혼란스럽다고 얘기하는 것도, 팔레트처럼 어른이 볼 땐 어른이 아니지만 지금 내 상태는 좀 잔잔해졌다고 얘기하는 것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용자의 마음먹음이다.
(적절한 끼워넣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몇달전에 방탄소년단의 박지민이 V앱에서, "여러분은 나 19살때부터 봤잖아요."라고 자연스럽게 말했는데, 순간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세상에- 넌 무섭지도 않니?'라고 생각들었거든.)
여기다 주저리주저리 하면서도 나는 자주 다시고치고, 새로고치고 한다. '그냥 털어놓는 기분으로'쓰기위한 훈련을 하자고 시작한 것도 있는데, 단번에 '까놓기'가 마음대로 안 된다. 저만큼까지 솔직해 지라면, 일단은 나는, 계속 거짓말을 할 것 같다. 솔직하기도 어렵고, 픽션도 어렵다. 솔직히 그렇다.
(늘 남의 얘기를 쓰다 보면,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럴듯한 마무리에 대한 강박도 있다고, 솔직히 밝히며 마무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