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하다 2

쉰 살의 유학일기 - 여름편 #9

by 히토리

응모를 한 다음 날, 연락이 왔다.

아쉽게도 이미 사람이 채용되어 새벽과 심야시간에만 자리가 비어있는데 그래도 응모하겠느냐는 메일이었다.

새벽은 6시~9시, 심야는 밤 10~1시.

아무리 집 앞이어도 밤늦게 돌아다니기엔 좀 무섭다. 일본의 치안이 좋고 여긴 완전 주택가라 위험하지 않다고 해도 나는 오히려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게 더 으스스하다.

어학교 수업도 오후 1시부터니까 새벽시간이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매일 새벽 5시면 친절하고 무서운 까마귀가 깨워주니까.

새벽 시간에 일하고 싶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날 오후, 면접을 보겠으니 가능하면 이력서를 지참하여 매장으로 방문해 달라는 메일이 왔다.

우와, 일단 1단계 통과다!!

편의점 채용담당자에게서 온 메일

집 근처 다른 편의점에서 210엔짜리 이력서를 사가지고 와서 작성했다.

이력이래 봐야 학력과 20년도 훨씬 전에 일했던 근무경력밖에 없지만 그래도 정성껏 한 글자 한 글자 이쁘게 썼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에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 전에 미리 이러저러한 예상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면접 때 외워온 유창한 일어로 말을 해도 금방 내 실력은 드러날 것이고 그럴 거라면 아예 처음부터 날 것의 내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못 하면 짤리겠지!! 이 주문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점장은 60 초중반의 남자였다.

이러저러한 질문을 했고 나는 알아듣기도 하고 감으로 때려 맞추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대답했다.

일에 대한 질문보다는 나 혼자 일본에서 살고 있다는 게 신기했는지 일상의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왜, 언제 일본에 왔는지

언제까지 있을 건지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다른 알바는 해 본 적 있는지 등등


그리고 바로 채용됐다!!!

2단계도 통과다!

일본에 온 지 한 달 만에 알바를 구했다.

나에게 짤리면 그만이라는 명쾌한 깨우침을 준 S양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아침 6시~9시. 화목토일 근무. 시급 1000엔.

내일부터 나오라고 하면서 같이 있던 아줌마(?)를 소개해 줬는데 부인이시란다.

점장이 부인에게 내가 남편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일 년간 혼자 살며 어학연수 중이고 일본어를 배울 겸 알바를 하려 한다고 소개하니까 당신 남편 대단하다며 난리였다.

내 소개를 하면 당연히 나오는 반응이다.

일본의 주부들에게도 나는 부러운 팔자인가 보다.

그리고 내가 나이에 비해 너무나 젊어 보인다며 삼십대 같다고 호들갑이었다.

음… 알바생한테 영업멘트를 날릴 리는 없고…

한국에 살면서 동안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우리가 외국인들 나이를 잘 가늠하지 못하는 그런 경우인가?


“살살해. 힘들면 때려치워. 까불다 다치지 말고. ”


내 면접결과를 들은 남편의 반응이다.

여보, 당신 최고야!! 最高! すごい!素晴らしい!

당신 덕분에 이런 새로운 경험도 해보네!

ありがとございます。


유학생들에게 가장 진입장벽이 낮다는 편의점 알바.

나는 이 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르바이트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