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를 훈련시킬 때 했던 것들이다. 강아지를 훈련시키려면 1. 배고플 때 2. 주변에 아무도 없는 환경에서 3. 배부르지 않은 작은 간식을 주면서 훈련을 시키라고 나와있었다. 강아지 간식을 살 생각을 못해서 집에 있는 마른 멸치로 대신했다. '클리커'라는 것을 이용해도 좋다고 했지만 역시 준비하지 못했다. 책 속에 담겨있는 강아지에 대한 정보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훈련의 핵심은 주인이 '앉아'라고 말했을 때 바로 앉지 않더라도 주변을 떠나지 않고 강아지를 관찰하고 있다가 우연히 앉았을 때 바로 간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훈련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주인의 명령어, 강아지의 우연한 행동, 적절한 보상과 타이밍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것이 중요했다.
별이는 천재견인가 싶었다. 하루 만에 '앉아'를 익혔고, 다음날 '엎드려'에 성공했다. 책에 나온 대로 했더니 정말 앉았고, 엎드렸다.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훈련 결과에 마음 깊은 곳에서 '개부심'이 일기 시작했다. '천재 강아지가 분명하다!'급기야는 앉으라는 말도 안 했는데 멸치만 들고 가면 앉자마자 바로 엎드리는 요령까지 피우기 시작했다. 요 녀석 보게나.
별이 훈련 셋째 날 퇴근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별이한테 갔다. 별이는 반갑다고 바람이 일 정도로 꼬리를 흔들어댔다. 쓰다듬기도 전에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 이게 나를 좋아하는 뜻이구나!' 책에 배를 보이고 누우면 '복종한다는 의미'라고 나와있었는데 글로만 봤던 행동을 직접 보니 따뜻한 손길 한 번 건네지 못했던 지난 몇 개월이 후회스러웠다. 오늘은 '빵!'이다. 책에는 '빵!'이 고급 단계라고 나와있었다. '앉아, 엎드려'를 습득한 강아지에게 훈련시킬 수 있다고 했다. 총을 쏘듯이 손 모양도 정확하게 해주라고 했다. 처음에는 반만 뒤집어도 보상을 줘도 된다고 하길래 반만 뒤집어도 간식을 줬다. 천재견 별이는 '빵!'을 몸을 반만돌려도 된다는 것으로 알아버렸다. 별이는 여전히 '빵!' 하면 반만 뒤집는다.
일주일 정도 세 가지를 반복했더니 별이는 '앉고, 엎드리고, 반만 뒤집고'를 자동 재생했다. '어이쿠! 두야. 내가 말할 때 해야지.' 그래도 마냥 신기하고 예뻤다. 책에는 '이리 와', '기다려', '집에 가자' 배변 훈련 등 몇 가지 훈련이 더 나와있었지만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았다.
별이랑 매일 산책을 다니면서 우리만의 소통 방식이 생겼다. '이리 와'를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내가 앉아서 두 팔을 벌리고 "별이!"라고 외치면 나한테 달려온다. 별이가 길가에 떨어진 이상한 것을 먹거나, 물면 "안돼!"하고 외치면 바로 뱉는다. 별이가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해도 "이쪽"하면 바로 방향을 튼다. 한참 냄새를 맡고 있다가 너무 오래 기다렸다 싶으면 "가자"하면 얼른 길을 나선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1년 반 동안 매일같이 산책하면서 터득한 것이다. 클리커도 멸치도 필요 없었다. 강아지와 주인은 그냥 서로 알아가는 것이었다. 주인이 강아지에게 요구하는 행동은 한쪽에게 일방적인 만족만 줄 뿐이었다. 그걸 깨닫는데 2년이 걸렸다.
별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앉아, 엎드려, 빵 다 필요 없어. 건강해. 아프지 마. 엄마랑 오래도록 함께 걷자.
어제 별이와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별이가 매일 대문 밑 틈으로 인사 나누는 이웃집 개가 있는데 그 개랑 서로 냄새를 맡다가 몸이 점점 구겨지더니 그 틈으로 기어 들어가 버렸다. 목줄은 잡고 있고 별이를 아무리 끌고 불러도 다시 엎드려서 기어 나오지를 못했다. 당황해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어이쿠! 두야.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아도 안되어서 결국 남의 집 대문을 빼꼼히 열었다. 들어갈 줄만 알고 나올 줄은 모르다니. 천재견까지는 그렇고 영재견인 것으로 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