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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람 Jun 26. 2022

별이가 내게로 왔다

개엄마의  시작

 나는 평생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개가 멀리서 보이기라도 하면 멀찍이 떨어져 온 몸의 솜털을 개쪽으로 세우고 저 개가 나한테 가까이 오나 안 오나 두려움에 떨었다. 크기를 막론하고 가 지나가면 몸은 정면을 향해 있지만 눈은 카멜레온처럼 굴리며 내 쪽으로 오는지 확인했다. 를 키우는 친구 집에 갈 때는 현관에서부터 짖는 날카로운 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친구 방구석으로 초속 3미터의 속도로 뛰어들어가고는 했다. 사람 빼고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을 무서워하는 편이었다. 그들에게 나는 헐크나 거인족쯤이겠지만 동물의 입장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그들의 움직임은 그저 공포였다.


  그런 내가 개엄마가 되었다.


  2020년, 별이는 엄마 젖을 떼고 어느 정도 커서 우리 집에 오게 됐다.(6개월 정도로 추정) 시내에서 별이를 키우던 아는 분이 손주들을 봐주러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별이의 노란 털이 인상적이었는지 큰 아이는 '별이'라는 이름을 떠올렸고, 별이는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되었다. 별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마당 가운데에는 복순이가 살고 있었다. 외로웠던 복순이에게 별이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사실 복순이와 지내면서 복순이에게 마음을 주지 못했다. '개 공포증'은 복순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에도 도통 나아지지를 않았고, 복순이의 삶까지 생각하기에는 나 살기도 바쁜 하루하루였기 때문이다. 개를 키우는 것은 명확히 '내 일'이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복순이는 별이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출근길에 굳어있는 복순이를 보고 너무나 미안했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 행복한 삶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죄책감이 컸다. 텅 빈 복순이 집을 보며 일주일 동안 눈물을 참지 못했다. 너무 미안했다. 복순이의 빈자리를 보며 결심했다. 별이는 절대 복순이처럼 보내지 않겠다고.




  혼자 남겨진 별이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우리를 졸졸 쫓아다녔다. 아이들은 소리를 꽥꽥 지르며 도망 다녔고, 그 옆에서 나도 같이 도망 다녔다. 성견은 아니었지만 별이는 내 기준에 컸기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웠다. 별이가 다리를 타고 올라올 때 온몸이 경직됐지만 떨쳐내는 대신 눈을 감았다. 별이 혀가 손에 닿을 때는 비명을 지르지 않고 쉰소리를 내며 입을 막았다. 어떻게든 별이랑 친해지고 싶었다. 집만 지키다가 목줄에 묶인 채 삶을 끝내게 할 수 없었다.


  먼저 반려견 행동에 관한 책을 빌렸다. 제대로 키워 보자니 내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는 별이를 연출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별이를 훈련시키고 싶었다. TV에 나오는 반려견들이 하는 '앉아' '손' 이런 것들 말이다. 나는 이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2년이 지난 지금에야 알게 됐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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