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언제나 설레인다
내 나이 서른둘.
수줍음 많던 유년 시절,
나를 친구들과 이어준 건 농구와 축구였다.
다행히 엄마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은 덕분에,
웬만한 친구들과의 승부에서는 지는 법이 없었다.
친구를 만드는 법을, 나는 운동으로 배웠다.
그런 내가 첫아들을 안고 처음 축구공을 건넸을 때,
그것은 그냥 장난감이 아니었다.
내 방식의 사랑이었고,
아빠로서 전하는 첫 번째 삶의 힌트였다.
두 살배기 근우와의 첫 축구는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내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던 그 아기가 맞나 싶을 만큼, 빠르고 안정적인 발놀림.
드리블이 뭔지도 모를 텐데, 공을 툭툭 차며 휙휙 방향을 바꾸는 모습에
‘진짜 메시도 두 살 땐 이랬겠지?’ 싶었다.
나는 그 길로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샀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저지를 입힌 채, 작은 축구장을 누볐다.
빨리 이 실력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어서 자라서 나라를 빛내거라."
"네 덕에 아빠, 엄마 유럽에서 살아보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만나는 사람마다 아들을 자랑했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영상을 꺼내본다.
작은 공 하나를 헐떡이며 쫓아가던 두 살 근우.
열두 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근우에게 보여주면
"내가 진짜 이랬어?" 하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근우는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시작점.
모든 시작은 늘 그렇듯,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그 속에 숨어 있는 그늘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늘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나와 근우의 시작도 그랬다.
이제는 알게 된, 경쟁과 상처, 기대와 현실이 만든 그늘.
그리고 여전히 놓을 수 없는 성공 가능성.
그 사이에서 매 순간 고민하는, 10년 차 싸커대디(Soccer dady)
10년...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앞으로 10년... 우리는 어디쯤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