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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리틀 메시의 조기은퇴

아빠는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

by 섬나무

나는 이 재능을 썩힐까, 시간이 아까웠다.

항상 축구공을 가지고 다녔고,

조금의 공간만 보이면 슬며시 아이의 발밑에 공을 내려놓았다.


근우가 공을 만지면 기뻤고,

다른 놀이에 관심을 보이면 은근히 실망했다.


"근우야, 축구하자. 축구."


틈만 나면 근우를 안아다 축구공 앞에 내려놓았다.

메시의 어린 시절 영상을 보며 근우를 저울질했고,

혼자서 행복한 상상을 했다.


SNS에 달린 지인들의 감탄.

찬사의 댓글.

그 반응은 나의 상상이 곧 현실이 될 거라는 믿음을 더해줬다.


근우가 다섯 살이 되던 해, 나는 주변 축구 클럽들을 수소문했다.


"5살도 축구 수업을 받을 수 있나요?"

"저희는 7세 반부터 있어요."


근우 정도라면, 한두 살 차이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섯 살이 다닐 수 있는 클럽은 찾기 어려웠고,

'한 해만 더 기다려야 하나' 싶어 마음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집 앞 건물 옥상에 신생 축구 클럽이 들어섰다.

‘우주의 기운이 우리를 돕는구나.’


나는 얼른 달려가 상담을 했고,

부족한 수강생 덕에 6~7세 형들과 수업을 받기로 했다.


래더를 활용한 스텝 훈련,

콘을 지그재그로 통과하기,

드리블과 슈팅.


형들 못지않은 이해력과 동작들.

이제 진짜 메시가 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보 아빠의 조급함은 결국 문제를 만들었다.

그해 여름, 근우는 축구공을 내려놓았고,

그 뒤로는 더 이상 공을 찾지 않았다.


그렇게, 근우는 축구를 놓았고

나는 내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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