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의 세계
근우는 축구가 즐거웠다.
축구학원을 가는 날이면,
근우는 유니폼을 차려입고 어린이집에 갔다.
어린이집에서는 축구학원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무리를 이루었다.
친한 친구들이 생기자, 어린이집 생활에도 잘 적응해 갔다.
역시 남자의 세계에서 스포츠는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했다.
우리 가족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축구는 나와 근우를 친밀하게 묶어주었고,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한 동생과도 축구공 하나면 충분했다.
우리에게 축구는 그렇게 스며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습경기가 잡혔다.
소풍 가는 마음으로 우리 가족은 경기장으로 향했다.
‘애기들 경기에 이기고 지고가 뭐가 중요해?’
"근우야, 재밌게 해~"
"응!"
"재범아, 형아한테 파이팅 해야지~ 하하하."
1시간 후, 나는 충격에 빠졌다.
“와— 쟤네들 진짜 7살 맞아?”
경기의 양상은 일방적이었다.
우리 팀은 마치,
코너에 몰려 KO만은 피하려 애쓰는 복서 같았다.
반면, 상대 팀은 포지션이 체계적이었고,
개개인의 기술도 잘 다듬어져 있었다.
절대, 쉽게 볼을 내주법이 없었다.
우— 우— 소 떼처럼 몰려다니는 우리 팀과는 확실히 달랐다.
무엇보다, 그 팀엔 진짜 '메시'와 같은 친구가 있었다.
다부진 움직임. 부드러운 볼 터치. 드리블.
골, 골, 골.
충격, 충격, 충격.
그렇게 경기는 완패로 마무리되었다.
"근우야, 그 10번 승우 잘하더라—"
(감정 절제 중)
"응, 걔는 막을 수가 없었어."
재능러들의 세계를 처음 마주한 기분은 묘했다.
내 아들의 재능을 훌쩍 뛰어넘는,
타인의 아들을 보니 분하기도 했고,
분한 마음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아들이 답답하기도 했다.
그해 여름, 덮어두었던 욕심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미치, 봐서는 안 될 사건 현장의 목격자처럼
나는 눈을 질끔 감았다.
스읍- 깊게 숨을 들이쉬고,
후우- 길가에 뱉어버렸다.
지난 10년간,
두 아들의 수백 경기를 봐 왔다.
팀별, 연령별
비범한 재능들을 수없이 조우했다.
경탄을 자아내는 실력의 선수들.
축복받은 원석들이
노력이란 세공을 거쳐
각자의 빛을 뽐내는 세계.
과연, 이 재능들 중 몇 명이 프로가 될까?
그 프로들 중 몇 명이 국가대표가 될까?
나는 싸커대디로 살며,
절대, 축구 국가대표의 플레이를
욕하거나 비난하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