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자세
공을 피하는 아이.
그걸 바라보는 아빠.
"근우는 축구 계속 안 해요?"
"이제 그만뒀어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요즘은 관심이 좀 시들해졌나 봐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속은 꽤 복잡했다.
“할머니, 너무 더워… 힘들어서 못하겠어.”
축구를 배운 지 두 달쯤 되었을 때였다.
경기장을 빠져나오며 지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훈련은 ‘워밍업 – 팀 훈련 – 미니게임’ 순서로 진행됐다.
문제는 늘 마지막에 있는 미니게임이었다.
이해력도 좋고, 발재간도 뛰어난 아이였지만,
다섯 살 유아가 두세 살 더 많은 형들과 부딪히기엔
힘과 체력의 차이가 하늘과 땅이었다.
공은 늘 근우에게 오기 전 사라졌고,
형들을 따라다니기만 하다 끝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여름.
옥상 위 한낮의 태양은 다섯 살 아이에겐 잔혹했다.
그날의 미니게임은 근우에게 훈련이 아니라, 벌칙과 같았으리라.
그날 이후, 근우는 더 이상 공을 만지지 않았다.
공을 보면 피했고,
내가 아무 말 없이 굴려보아도 외면했다.
"근우야, 축구하러 가자!"
"우웅– 시러."
근우는 은퇴를 선언했다.
리틀 메시의 짧은 커리어는 그렇게 끝났다.
그 은퇴는, 근우만의 결정이었을까?
나는 생각했다.
‘나는 다섯 살 때 무엇을 하고 있었지?’
‘내가 왜 근우의 꿈을 정하고 밀어넣었던 거지?’
근우는 다섯 살이었고,
나는 아빠로서 겨우 다섯 살이었다.
그렇게 근우는 축구를 놓았고,
나는 내 욕심을 내려놓았다.
그저 묵묵히 기다리며 바라보고 지켜봐야하는 것이
아빠의 역할임을 그때서야 처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