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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아빠, 축구학원 보내줘

이제는 안다

by 섬나무

"아빠, 축구학원 보내주면 안 돼?"


2년이 지난 뒤, 일곱 살이 된 근우가 건넨 질문은 조금 의외였다.
축구와 축구공이라면 도망갈 정도로 질색하던 아이가, 갑자기?


축구공을 피하기 시작했던 그 여름 이후,
나와 근우의 시간은 ‘농구’로 채워져 있었다.

비록 축구에서의 아픔은 있었지만,
‘남자아이라면 구기 종목 하나쯤은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내 생각은 여전했다.


다만, 아들과 보내는 시간의 방식과 철학은 많이 달라졌다.

강요하지 않았고,

농구를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손을 잡고 농구 경기를 보러 다녔고,

함께 소리를 지르며 응원했다.

근우는 좋아하는 선수가 생겼고,

사인을 받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뒤, 농구도 아닌 축구학원이라니.
나는 침착하려 애썼다.
서두르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았다.


"근우야, 왜?"
"우리 반 아이들이 다 축구학원 다녀."

사정은 그랬다.
어린이집 체육 시간에 축구를 종종 했었는데,
그중 근우와 친한 친구 몇몇이 축구학원을 함께 다녔던 것이었다.


"힘들지 않겠어?"
"응, 성민이도 다녀~"
"근우가 제일 잘해?"
"아니, 성민이가 제일 잘해."

근우의 기억 속에서 그해 여름의 기억은 지워진 것 같았다.

아들의 발로 축구를 찾은 이유는 '축구의 재미'와 '친구'였다.
아빠의 손에 떠밀려서가 아닌, 순수한 아들의 동기였다.

"그럼, 물론이지. 재밌게 해 봐."
"응."

우리는 그렇게 다시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이가 남들보다 잘하고, 앞서 나가길 바라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다.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

내가 해내지 못했던 미션과 그로 인한 후회.

내 아이의 작은 재능을 크게 완성시켜 주고 싶은 바람은 사랑의 표현이리라.

사랑이 크기에, 우리는 내 자녀가 '아이'라는 것을 잊곤 한다.


2025년. 42년간을 살아오며,

나를 성장시킨 것은 '자발적 동기'라는 것을,
그것은 부모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내 아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도록,

그저 그 근처에 기다리며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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