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냐
서울개가 된 지도 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다.
뜨거운 태양빛 아래 푸릇푸릇한 나뭇잎들이 한들거리던 때에 차에 올라타 이곳에 왔다.
푸르던 나뭇잎은 어느새 노랗고 빨갛게 변했고, 그 나뭇잎들은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바닥에 쌓여있다가....
어느새 하얀 눈밭으로 뒤덮였다.
여태까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있다.
하나는 여자목소리고, 다른 하나는 남자목소리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괴물의 소리다.
여자 목소리는 주인이 있을 때만 움직이는 동그랗고 하얀 물건에서 나온다.
모양은 분명 사람이 아닌데, 목소리는 사람이다. 움직이는 것을 보면 살아있는 것도 같다.
이 여자는 납작하다.. 나보다 작은 것이 이리저리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
그리고 이 여자는 자기 집도 있다. 갑자기 집에서 나올 때면 덜컥 소리와 함께 말을 시작한다.
"Cleaning Start"
이 목소리는 들어도 들어도 적응되지가 않는다..
대체 너는 누구냐. 사람이냐. 동물이냐.
"왈왈!"
내 말에 대꾸하지 않으니 더 화가 난다.
몇 번 더 말을 걸어보다가 저만치 가버리는 이 여자를 두고 나는 그냥 소파에 올라가 외면해 본다.
그때 갑자기 또 다른 남자의 소리가 들린다.
"안내 방송 드립니다.... 어쩌고 저쩌고..."
이 남자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도대체 그 형태를 찾아볼 수가 없다.
대체 너는 누구냐. 어디에 있는 것이냐. 모습을 드러내라!
"왈왈왈왈!!!"
이 남자 역시 내 말에 대꾸하지 않는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져 버린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여자는 자기 일은 다한 건지.. 다시 말을 하며 집으로 들어간다.
"Cleaning Complete"
주인들도 아닌 것들이, 왠지 주인 행세를 하는 것 같아 찜찜하다.
그렇다고 내 말을 듣지도 않으니, 뭘 할 수도 없어 더 답답하다.
나는 풀이 죽어 그냥 소파에 엎드려 있다.
그 순간.
"지 이이이 잉."
내가 제일 싫어하는 네모난 상자가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넌 진짜 뭐냐.? 말도 안 하고 왜 무서운 소리를 내는 것이냐?
이 상자는 종이를 내뱉는다. 여러 장의 종이가 계속해서 나온다.
"왈왈왈왈왈!!!! "
"꼬미야, 조용!!! "
주인이 꼭 저 녀석 편을 든단 말이야. 난 저 녀석이 제일 싫다.
전 주인집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적응되지 않는 이상한 소리들이다.
아침에 나를 깨우던 산속의 새소리.
지나가던 고양이의 같이 놀자고 나를 부르던 소리.
가만히 누워 있으면 창으로 들어와 나를 간지럽히던 맑은 바람소리.
그 소리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