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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Aug 22. 2022

무생채와 삶의 의미

맛깔난 삶의 양념





손맛

아무렇게 무심한 듯 요리를 하는데 음식이 맛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흔히 ‘손맛’이 있다고 말합니다. 같은 요리를 하는데 사람마다 맛이 달라요. 저는 일명 ‘똥 손’입니다. 20대 시절, 함께 자취를 하던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타박하고는 했습니다.


‘어떻게 달걀프라이를 해도 프라이팬에 다 묻히고, 라면을 끓여도 저렇게 개밥같이 끊일 수가 있냐?!’     


함께 사는 친구는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기본양념으로도, 맛난 반찬을 뚝딱뚝딱 만들고는 했습니다. 똑같은 양념,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요리를 하는데 친구와 나의 요리는 확연하게 맛에서 차이가 났습니다.


결혼하고 주부 모드로 살면서 ‘똥 손’인 나도 식구들의 위해 요리를 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그분이 없었더라면 전 아마도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그분.. 네 이뇬’     


그분이 알려주시는 데로 요리를 하면 항상 첫 요리는 성공적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요리부터는 영~ 맛이 안 납니다.


‘어찌하여 나는 이리도 손맛이 없는가?’     


‘똥 손’인데도 무슨 고집인지 화학조미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름 건강을 위한다고 말입니다. 아가다는 주부 12단, 기본양념, 천일염, 간장, 된장, 식초, 설탕, 매실 엑키스 등으로 완전 맛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우리 식구들이 먹을만하다’ 정도의 요리 실력을 갖추기는 했습니다.





무생채

김장김치가 시어가고, 봄에 담근 파김치와 열무김치도 다 먹어서 뭔가 살아있는 김치가 먹고 싶어 졌습니다. 여름 무는 맛이 없어서 김치를 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생채가 생각나서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타닥타닥, 채를 썰고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약간의 멸치젓갈을 넣고, 마늘, 설탕과 매실 엑키스를 넣어서 무쳐봅니다. 맛을 보니 뭔가 하나 빠진 맛이 납니다.


보조 조리사 아녜스에서 소금을 더 넣어라, 설탕을 더 넣어라, 명령(?)하며 맛을 보고 또 보고 곰곰이 고민을 해 봅니다.


‘음, 아무래도 설탕과 소금을 좀 더 넣어야 할 것 같아.’     


그렇게 듬뿍듬뿍 양념들을 넣고 고소한 참기름으로 마무리하니 나름 먹을 만 해졌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무생채가 맛있는 맛을 내려면 적당한 양념이 들어가고 숙성되어야 하는 시간이 있듯이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손맛’이 나지 않았던 요리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맛을 보면 뭔가 하나 빠진 맛인데 그걸 알면서도 빠진 양념을 추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하는 판단으로 모자란 줄 알면서도 그냥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도 아니면 모자란 맛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시간을 두고 생각하자니.. 귀찮아집니다. 그러다 보니 서둘러서 대충대충 예전에 했던 경험대로 양념들을 넣어 버무려 버렸습니다.


그 밥에 그 나물, 다 아는 맛

삶을 살아가다 보면 무언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나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추고 그 빠진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것을 보양하며 내 삶에 맛을 내야 하는데  귀찮기도 하고, ‘그 밥에 그 나물, 다 아는 맛’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요.

나는 참 맛없게 살았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내 삶에 모자란 양념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추가해서 맛을 낼 생각도 못하고 그냥 무시하면서 맛없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시어머님과 요리를 할 때면 어머님은 저에게 항상 이런 말을 하시곤 했습니다.


‘양념을 넉넉히 넣어야 맛이 나, 아끼지 말고 넉넉히 넣어’     


시어머님의 음식은 항상 정갈하고 맛이 납니다. 정성이 들어갔으니까요. 음식 하나하나에 식구들의 건강을 생각하시 요리마다 그 음식에 필요한 양념과 적당량을 기똥차게 아시고 사용하십니다. 


나도 맛깔난 삶을 살기 위해서 내 삶에 필요한 양념을 아끼지 말고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충 눈대중으로, 대충 경험으로, 설렁설렁하는 요리가 맛이 없듯이 내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맛 나는 요리, 맛깔난 삶, 한 끗 차이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글을 쓰다 보니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요리의 양념은 간장, 소금, 설탕이라지만, 내 삶의 맛을 내는 양념은 무엇일까요?     



글, 2022.8.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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