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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Aug 29. 2022

어느 날 불쑥 내 삶에 무기력이 찾아왔다.

게으름? 귀차니즘? 무기력?!


  




흥분으로 설레던 심장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것을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좀 더 실용적으로 처리할까?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처리할까? 고민, 고민하며 그 일을 요리조리 요리할(?) 생각과 콩닥이는 설렘으로 잠 못 이루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새벽녘에 겨우 잠들었음에도 새벽같이 벌떡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밤새도록 하고도, 새벽같이 일어나  또 해도 지치지 않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잠자는 시간이 몇 시간 되지 않아도, 몇 날 며칠 밤새는 날이 계속되어도, 신나고 설레는 나날이라 피곤한 줄도 모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불쑥 내 삶에 무기력이 찾아왔다.

2015년 10월쯤인 것 같습니다. 처음 이 녀석(무기력)이 내 삶에 허락도 없이 불쑥 찾아든 때입니다. 물론 이 녀석(무기력)이 나에게 올 수밖에 없었던 계기가 있었기는 합니다.


요셉과 결혼하고 함께 할 신혼집을 구하고 그 집에서 오래도록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내 뜻대로 되나요? 2년이 지나 둘째를 뱃속에 품고, 입덧으로 힘겨워하던 그때 집주인이 집을 팔아야겠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지금도 참, 미친 집값이지만 그 당시에도 일 년마다 몇 천씩 오르는 전세금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지요. 신혼집 구할 때도 예상했던 것보다 전세금이 너무 비싸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곳, 서울 끝자락에 겨우 신혼집을 구했는데.. 그것도 2년밖에 살지 못했습니다.


빠듯한 외벌이 월급, 몇천을 모을 수도 없었기에 걱정만 하던 차, 부모님의 도움으로 겨우 이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사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현실

그렇게 어렵게 이사를 했는데 일 년 조금 넘게 살았을까요? 이번 집주인도 집을 팔아야 하니 나가 달라는 요청을 하였습니다.


참 어이도 없고, 암담한 현실,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그 사이 또 오른 집세를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서울을 떠나 요셉의 직장 근처로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있는 돈, 없는 돈, 개인연금, 요셉 퇴직금 중간 정산까지.. 정말 탈탈 털어서 집을 샀습니다.


집을 구하고 한 시름 내려놓았다 싶었는데, 온 마음을 다 내려놓았나 봅니다. 사실 집을 구하고 엄마와 통화 중 농담 삼아 몇 마디 오고 가다 한마디 들었는데, 힘든 마음에 그것이 기폭제가 되었나 봅니다.





30분 움직이고, 2시간 널브러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고, 이사를 해야 하니 집 정리를 해야 하는데 30분 움직였을까요? 온몸에 기운이 빠지고 가슴이 답답한 것이 어디라도 눕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0분 움직이고 소파에 널브러지길, 몇 날 며칠 그 짓(?)을 반복했습니다. 한 3개월을 넘게 그런 시간을 보내고 이사를 오고 환경이 바뀌니 다시 살만(?)해졌습니다.


이제 내 집이니 집도 꾸미고 청소하고 그렇게 처음 내게 온 무기력이 지나갔습니다.




게으름? 귀차니즘? 무기력?

그리고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오는 무기력을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나이가 들수록 게을러지나?’ 그도 아니면 이제 ‘주부 생활 10년이 되어간다고 청소하고 밥하고 하는 것들이 귀찮아지나? 왜 이러나? 도대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계절성 우울증처럼 한 번씩 무기력이 찾아오면 ‘에라 모르겠다’ 철판 깔고 누웠습니다. 진정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거리다 보면 무기력이 지나가고, 또 심장이 뛰어 집안 살림도 바꾸고,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겨나곤 했습니다.





코로나와 무기력

작년 코로나에 확진되고 다른 후유증은 없었지만, 이 녀석(무기력)으로 한 3개월은 고생한 것 같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진정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코로나에 확진되고 나서 그놈의 녀석(무기력)이 또 왔습니다. 아~~ 제길... 진정, 격하게 아무것도 하기가 싫습니다.




좀비처럼, 시간이 지나면 안녕하자.

예전에는 몰라서 더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는 녀석(무기력)이니 반갑다 인사는 못 해도 ‘그래 너 또 왔구나. 반갑다고는 못하겠지만, 언제 나갈 거니?’ 물어보는 정도는 되었습니다.


무기력, 이젠 몇 번 만났다고 좀비처럼 움직이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좀비처럼 시간 되니 ‘삐그덕’ 거리는 몸을 일으켜 밥을 차리고 회사를 가고, 공부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1시간이면 다 끝낼 일을 ‘늘어진 테이프’ 마냥 하루가 지나도 다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가슴 뛰는 설렘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마냥 눕고만 싶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인 것 같습니다. 가슴 뛰는 설렘이 없다는 것...




아가다의 속마음

‘아.. 진정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눕고 싶다. 지금은 이 세상에서 침대가 제일 좋다.’


‘제길... 그냥 웃지요. 하하하’  



2022.8.16. 화 서랍 속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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