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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Dec 02. 2022

나의 삶 되찾기「내 아이가 미워질 때」- 1편

엄마도 사람이다.



  

법을 전공한 법학자이며, 여성운동가인 작가는 자신의 양육 관련 전공자가 아님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춘기 자녀들로 겪은 경험들을 글로 쓰면서 자신과 자녀들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외국 작가지만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로서 동지애를 느꼈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자녀와 겪은 경험을 읽으면서 나의 상황에 접목하여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내가 저 상황이며 정말 상처받았겠다. 감정이입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경험담에 제 이야기를 덮어서 아이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제2의 출산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춘기란 몸으로 낳았던 내 아이를 이젠 마음으로 분리시켜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미워질 때 5p 조앤 페들러)


처음 아네스를 품에 안았을 때, 느꼈던 두려움. 목욕시키다가 떨어트려서 애가 다치면 어떻게 하지? 조리원을 나가서 나 혼자 기저귀 갈고, 젖을 물리고, 아이를 재울 수 있을까? 걱정하느라 조리원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랄수록 더 이상 기저귀를 갈아주지도 모유를 주지도, 잠을 재워 줘야 하지도 않지만, 아이가 나로 인해서 상처받거나 나와 같은 아픔을 겪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나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이를 나의 소유물로 바라보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아이들은 당연히 제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이 무의식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나는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내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닥터 지하고 ‘지나영 교수님’의 어머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아이는 잘 키우겠다고 낳는 게 아니라 사랑하려고 낳는 거야’      


엄마도 엄마가 처음입니다. 모성애도 연습해야 하고 배워야 합니다. 실수하고 깨닫고 울고불고하면서 점점 더 아이를 사랑하는 것,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폭력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둘째, 사춘기 아이들의 뇌는 완전하지 않는 상태이다. 셋째, 부모는 어른이다.』

(내 아이가 미워질 때 23p 조앤 페들러)     


아네스와 관계 회복을 위해 육아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사춘기 아이의 심리적 변화와 뇌에 벌어지는 변화에 대해 공부하게 된 것이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저처럼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아이의 발달 또는 인간 발달에 대해 공부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지금도 아네스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제 기준)을 하면 ‘아 뇌 발달이 안돼서 저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니 좀 더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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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 본래의 내 모습을 기억에서 지우고 자신을 잃어버린 중년의 엄마 모습으로 무너지고 만다.』

(내 아이가 미워질 때 25p 조앤 페들러)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오늘은 뭘 먹을까? 아이 공부는 어떻게 시키지?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항상 엄마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엄마를 빼고 아이를 빼고 내가 사람들과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나지가 않았습니다. 처음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땐 충격이었습니다. 대화를 하려고 해도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속으로 적잖게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아네스를 낳고 시댁에 가는 길에 요셉의 친구를 만났습니다. 머리를 질끈 묵고 꼬질꼬질한 수유복을 입은 나는 백일 지난 아네스를 안고 있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아이들을 돌보기에 좋고, 활동하기 편안한 옷만 찾았습니다. 좋은 옷 입어봤자 아이 침 자국과 이유식 자국으로 범벅되기 일쑤였기에 어느 순간부터 버려도 아깝지 않은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엄마 이전 삶에서 화장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게 입고 다니길 좋아했는 아이를 키우면서 더 이상 꾸미지 않게 되었습니다. 엄마 이전의 삶에서 내가 어떤 패션 스타일을 좋아했고 어떤 헤어스타일이 나에게 어울렸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금의 나의 삶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는 중입니다.


아이와 함께 한 시간만큼 나의 삶의 많은 부분이 아이의 삶 속에 녹아들었습니다. ‘나’라는 주체는 남겨두고 엄마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부분을 아이의 삶 속에 녹여버렸습니다.


아이가 사춘기를 통해 성장하듯이 저 또한 아이에게 녹아든 제 삶의 일부분을 하나씩 하나씩 분리하고 찾아가며 ‘나’라는 정체성을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희생’이라는 단어도 어울리지 않는다. 부모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이 된다.』

(내 아이가 미워질 때 27p 조앤 페들러)


아이가 태어나고 자유롭게 살던 내 삶의 일부분이 막혀(?) 버렸습니다. 나만 책임지는 삶에서 또 다른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그 의무를 그 책임을 회피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왜 나만, 엄마는 왜 이렇게 ‘희생’ 해야 하는 것인지 억울할 때도 많았습니다.


 

부모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내 삶을 구석으로 밀어 버렸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것, 엄마가 숨을 쉬어야 아이가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한 체 희생만이 사랑이라고 착각한 것 같습니다.     





『자녀의 신체와 뇌, 그들만의 세계가 위치를 바꿀 때마다 부모도 자신을 재정비해야 한다. 자녀에게 생명을 준 것은 부모지만, 아이들도 그들만의 삶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한다.』

(내 아이가 미워질 때 29p 조앤 페들러)


처음 아네스와 분리를 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시 나의 삶을 찾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직도 그 과정은 진행 중이지만, 지금은 이 시련과 아픔에 감사합니다.




『그저 존중받고 싶을 뿐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나를 경멸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내 아이가 미워질 때 34p 조앤 페들러)


저는 인간관계에서 신뢰와 존중을 가치 있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보통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깨지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저도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상대를 존중할 수 없다면 그 관계 또한 오래 지속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에 대해 환상을 갖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신뢰와 존중하는 관계의 바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말과 행동의 일치와 신뢰와 존중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언행이 불일치할 때 상대를 신뢰하거나 존중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항상 양심에 따라 아이들 앞에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사춘기 자녀들이 부모에게 ‘바보스럽다’,‘겁쟁이’라고 해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 사춘기가 폭풍우라면 아이들의 불평스런 어휘들은 벼락이고 우박이다. 현재 이들은 내면의 날씨를 완전히 다스릴 줄을 모른다는 점을 부모들이 이해해야 한다. 아이들의 증오도 지나간다는 것을 말이다.』

(내 아이가 미워질 때 40p 조앤 페들러)     


폭풍우든 벼락과 우박이든 뭐든 간에 엄마 입장에서는 쉬운 것은 없습니다. 아~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견디어야겠지만, 정말 부모들 몸속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호모 에렉투스(곧은 사람)야. 참아야 하느니!’     




『애들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이 그렇게 나를 털어내고 있다. 엄마의 삶을 찾으라고...』

(내 아이가 미워질 때 42p 조앤 페들러)


아주 그냥, 인정사정 보지 않고 팍팍 털어주십니다. 다시 제 삶을 찾는 것은 좋은데 제발 엄마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불시에 벼락 맞듯이 아이의 삶에서 털어져 나간다고 생각하니, 서글퍼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이들도 나도 각자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참으로 애쓰는 중입니다.




『나의 목격자로서의 신분이 취소되었다. 이제 나는 애들이 보여주는 모습만 볼 수 있게 되었다.』

(내 아이가 미워질 때 51p 조앤 페들러)


맞아요. 내가 알던 그 아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가 이제 부모에게 숨기는 기술이 점점 더 진화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들이 커 갈수록 아이들 어릴 적 사진을 보게 됩니다. 엊그제 추석 때 우리 가족은 시조카들과 아이들 어릴 적 사진을 보고 한참을 좋아하고 신나게 웃었습니다.


사실 아네스는 저에게 친구관계, 공부, 감정 등.. 많은 부분을 보여 주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서운하기도 하고 내가 엄마로서 아이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나? 자책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성향이 그래요.


아이의 삶은 내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아이가 내가 뒤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항상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애들 몸에 일어나는 신체변화는 부모뿐 아니라 당사자인 아이들에게도 큰 충격이다. 값싼 모텔에서는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를 모른 척해야 하듯이 우리도 아이들의 변화를 봐도 못 본 척해야 한다.』

(내 아이가 미워질 때 53p 조앤 페들러)     


음, 오늘 책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더 이상 기저귀를 차던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아이의 신체적 변화를 내 몸 일부 인양하지 않아야 하는군요.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생각합니다.

‘아이도 크느라 애쓰고 있구나.’





『애들은 누군가가 자신과 똑같은 길을 걸어왔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일종의 나르시시즘의 환상 속에서 자신이 완벽하고 독특하고, 아무도 자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믿는다. 애들이 환상 속에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사춘기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내 아이가 미워질 때 63p 조앤 페들러)     


데이비드 앨킨 드는 청소년기의 자기 중심성 사고 특징에 대해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언제나 자신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타인이 바로 ‘상상 속 청중’입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삼선 슬리퍼, 시커먼 운동복, 눈을 가린 머리카락 등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은 타인의 눈의 띄지 않기 위한 동조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 멀리서 바라보면 누가 누군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와 반대로 연극 속 주인공처럼 자신만의 독특함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둘째, 개인적 우화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감정이나 경험세계는 다른 사람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비합리적이고 허구적인 신념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네스가 요즘 이런 말을 많이 할까요?


‘엄마는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알아? 지금 내 마음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야!’     


요즘 아네스는 정말 환상 속에 사는 것 같습니다. 본인은 모든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고.. 하하하



그래요. 이때 아니면 언제 그런 환상 속에 살아보겠어요. 하지만 우리는 잘 지켜보아야 합니다. 가끔 위험한 상상도 존재하니까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무리에 속하는 게 가장 중요한 시기에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무차별 업데이트를 당하고 있다.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타인의 일상을 보면서 자연히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내 아이가 미워질 때 64p 조앤 페들러)


아~ 맞아요. 어른인 저도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는 세상에 살아가는 것에 어쩔 때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낍니다. 하물며 우리보다 SNS 세상이 더 편한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이번 여름방학 때 아네스의 방학숙제 중 하나로 클래스팅을 통해 친구들과 서로 안부 전하기가 있습니다. 제일 먼저 글을 올린 친구가 여행을 다녀온 소식으로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했습니다. 그 뒤로 속속히 다른 친구들도 여행 소식과 함께 안부를 전했습니다.


학교 숙제라고 하면 바로바로 하는 아네스가 한참이 지나도 클래스팅에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몇 번을 물어봤는데 깜박했다고 답했습니다. 방학을 일주일 남겨두고도 올리지 않아 조용히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혹시 여행을 못 가서 못 올리고 있니? 여행을 못가도 네가 집에서 한 일들, 책 읽고, 엄마 일 다니는 동안 동생이랑 밥 챙겨 먹고 이런 일상을 올려도 괜찮아’



갑자기 아네스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그리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요. 사실 방학과 동시에 테레사를 시작으로 코로나가 돌아가면서 확진이 되었고, 친정 엄마가 갑자기 아프신 바람에 계획했던 여행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이 사실을 설명했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되어도 마음으로는 섭섭했나 봅니다. 거기다가 친구들은 하나같이 여행 사진을 올리니 아네스가 적잖게 당황했을 거 같습니다.


‘미안해. 다음에는 꼭 가자. 아빠랑 커피숍 투어(?) 다녀온 것도 있잖아. 그것도 좋을 것 같은데 너는 어때?’

제가 사는 동네에는 아주 예쁜 커피숍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요셉은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좋은 커피숍을 다니곤 합니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그날 저녁에 글을 올립니다.




『부모만이 알고 있는 또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사춘기의 경험들은 추억으로 오래 남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내 아이가 미워질 때 64p 조앤 페들러)     


작가는 이 글을 쓰고 사춘기 때부터 쓰던 일기를 공유했습니다. 저도 일기를 쓰긴 했는데 본가에 그대로 두고 챙기지 않아 지금은 어디 있는지 사라지고 없어져 버렸습니다.


아마 다시 그 일기를 본다면 정말 손발이 오그라 들 것 같습니다. 나의 사춘기, 노고 멘트 하겠습니다. 다만 이만하면 잘 컸고, 이 믿음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도 잘 클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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