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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Feb 06. 2023

글 쓰는 파수꾼 아가다「호밀밭의 파수꾼」

어쩐다고 널 골라 읽었을까?! (2023.1.25. 수)




‘파수꾼, 어떤 일을 한눈팔지 아니하고 성실하게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으음~ 정확한 뜻을 알고 싶어서 네이버 어학사전의 도움을 받았는데 뜻하지 않게 나에게 딱 필요한 사전적 의미를 발견했습니다. 한눈팔지 않고 글을 쓰고 싶은데.. 하필이면 싱크대 수전이 고장 나는 바람에 그 많던 글감들이 사라져 버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네요.


‘에라이 모르겠다. 글도 안 써지는 데 책이라도 읽자.’


하고 선택한 책이 또 하필이면 「호밀밭의 파수꾼」입니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나보다 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16살의 홀든은 5과목의 시험에서 4과목 낙제되어 퇴학처리 됩니다.


다음 주 화요일쯤이면 부모님에게 이 사실이 전달될 것이고, 수요일이면 홀든은 학교기숙사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야 하죠. 16살 소년이 바라보는 세상은 위선과 기만, 모순덩어리입니다. 그 속에서 혼란스럽고, 화가 나고, 우울합니다.



『피비, 제발, 그런 건 묻지 마. 정말 모두들 나를 보기만 하면 그것부터 물어보니 말이야. 이유는 많지. 이번에 다녔던 학교는 정말 최악이었어. 바보 천치들만 우글거리는 곳이었지. 지저분한 녀석 들고 많았어. <중략> 또 비밀 친목회라는 게 있는데, 난 겁이 많아서 거기 들어가지 않겠다고 거절해 버릴 수가 없었어. <중략> 이런 얘긴 정말 입에 담고 싶지도 않아. 아무튼 정말 악취만 가득했던 학교였어. 그건 사실이야. <중략> 정말 좋은 선생님이 두 분 계셨어. 하지만 그분들도 다 엉터리이긴 마찬가지였지. <중략> 교장 선생님은 왕이라도 된 것처럼. <중량> 동문의 날, 90년 전쯤 자기 이름이 아직 화장실 문에 남아 있는지 보고 싶어서야. 시시하고 불 품 없는 이름을 새겨놓았다고 말이지.』

(호밀밭의 파수꾼 223-224p)


홀든은 지적인 대화를 하고 싶지만, 친구들은 모두 멍청하고 선생님들은 다 엉터리죠. 세상 모든 것이 모순덩어리이고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외롭고 우울합니다.


헤르만 헤세가「수레바퀴 아래서」에서는 한스를 통해 자아 청제감을 찾지 못한 청소년의 심리묘사를 잘 표현했다면, 제롬 데이비드 샐리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을 통해 청소년의 혼란스러운 정서를 잘 표현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이「수레바퀴 아래에서」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는다면 사춘기 자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https://brunch.co.kr/@islefree/84



『오빠는 모든 일을 다 싫어하지?』

(호밀밭의 파수꾼 225p)


『아니야. 그렇게 않아. 그런 말 하지 마. 왜 그렇게 말하는 거니?』

(호밀밭의 파수꾼 225p)

     

『그렇게 보이니까 이러는 거지. 그럼 뭘 좋아하는지 한 가지만 말해봐.』

(호밀밭의 파수꾼 225p)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주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호밀밭의 파수꾼 230p)


어른들을 믿지 못하는 홀든, 하지만 홀든이 어른들에게 원하는 것이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 아니었을까요? 계속되는 퇴학, 홀든은 계속해서 절벽으로 떨어집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비난하는 것 같지요. 실제로 비난받기도 하고요. 혼란스러운 자신이 절벽에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 잡아줄 누군가 한 사람이 필요했나 봅니다.


파수꾼, 저도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길..

홀든의 생각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저도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엄마이자 상담사가 되고 싶어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절벽에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단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호밀밭의 파수꾼 32p)


마음에 닿는 글

책을 읽으면 눈물이 나기도,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기도 하고, 몰랐던 나의 생각을 알아차리기도 하죠.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한 문장에서 떠나지 못하고 깊게 생각하며 사유의 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적 있어요.’


‘작가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 작가님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내 생각을 말하고 싶어'



제 글도 이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저의 글을 읽는다면  그 사람의 마음에 가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P.s. 16세 청소년의 시점에서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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