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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Apr 05. 2023

없는 것을 지어 짜려니 고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걸어가겠다.(2023.4.4. 화)



내가 수업 가서 들은 스펀지 얘기를 했나요? 스펀지에 파란 물감 짜고 손으로 짜보면 파란 물이 떨어지고 빨간 물감 짜고 나서 짜보면 빨간 물이 나오는 게 자연의 섭리인데.

우린 파란 물감 짜고 빨간 물이 나오게 하고 있는 중이래요.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이냐고. 받아보지 못한 것들을 해내는 우리. 애쓰고 있는 거라고 응원해 줘요.

한국의 미치료학회 의미치료상담사 곽샘


달다구리

커피 한잔과 함께 고운 말을 선물 받았다. 받아보지 못한 것들을 해내는 우리. 정말 이 문장처럼 받아보지 못한 걸 해내느라 이렇게 혼란스러운 거면 좋겠다. 점점 더 좋아지고. 앞으로 좀 더 편해지고 싶다.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이 감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리저리 날뛰다가 기어코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생채기를 내고서야 브레이크가 걸린다.


엎친데

겹쳐서 아빠는 소리소리친다. 뭐가 그렇게 억울하실까. 당신은 소리칠 자식이라도 있지. 그 자식은 어디다 이 응어리를 풀어내라고 이토록 퍼붓는다 말인가. 당신 마음 알아달라고. 당신 돌봐달라고. 당신 사랑해 달라고. 그렇게 악다구니 쓰며 말하지 않아도 될 텐데.


아빠가 감사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이룬 가정에서 당신 자식들이 자신의 자리에 굳건히 살아있음을.


아빠가 감사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소리치고 싶을 때 당신 마음 내키는 데로 해도 들어줄 자식이 존재함을


아빠가 감사했으면 좋겠다.

당신 자식이 마음이 아파도 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하며 애쓰고 있음에.


내 모습에서

당신 모습이 보일 때마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이해하려고 애쓰는지 당신은 알까. 당신이 그토록 이해받기를 바라며 말하던 대로 자식 둔 어미가 되었기에. 당신과 내가 봐온 날보다 볼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나는 당신에게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나에게 육신을 주셨음에. 나에게 부모라는 존재가 있게 해 주었음에. 나를 키워주셨음에. 나를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셨음에. 내가 더 성장하도록 밑거름이 되어주었음에.


탓하고

싶지 아니하다. 지금의 내가 오로지 당신 탓일까. 다만 아쉬울 뿐이다. 내 뇌 속에 박힌 것이 좀 더 <사랑>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면 사랑을 품은 채로 살 수 있을 텐데. 세상 모든 자극이 인정사정없이 나를 쥐어짜도 결국 그 끝에 나오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텐데.


당신은 알까.

내가 당신과 지내온 세월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것을. 당신이 밉다 밉다 하는 것만큼 우리도 당신이 미웠다는 것을. 그 세월이 이제 마냥 아프지 않게 되기까지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 그렇게 애쓴 내가. 아픔을 딛고 서서 기도한 것은 원망도 미움도 아니었고 당신께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도 아니었음을. 내가 오로지 당신께 바란 것은 당신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라는 것을 당신이 알았으면 좋겠다. 가끔 내 안부를 묻는 당신에게. 가끔 나를 칭찬하는 당신에. 아직도 희망을 보고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어린 딸이 있다는 걸 당신도 알았으면 좋겠다.


새겨진

미움을 비틀어 사랑을 지어 짜려니 고되다. 내 속에 사랑이 있기는 한 건가. 당신과 지내온 세월보다 나는 지금이 더 아프다. 당신을 이해하지만 나에게도 힘든 날이 있다는 걸 당신이 알았으면 좋겠다. 힘든 날에. 유독 나에게서 당신의 모습이 많이 보일 때 나는 못 견디게 힘들다. 그 모습 그대로 내가 사랑하는 사랑들을 아프게 하고 나는 또 좌절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어나 걸어가겠다. 나는 책임지며 살겠다. 내 삶을. 천천히. 길게. 그 시간이 오래도록 나에게 인내를 요구하더라도 나는 계속 일어나 걸어가겠다. 하늘과 책과 글과 함께.


<달다구니. 곽 선생님 감사합니다.>



예후다 배이컨>

시련이 사람을 더 나은 존재로 변화시킬 수 있을 때 그것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삶의 의미를 찾아서 1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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