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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Apr 02. 2022

추억의 도시락

그리고 달걀 프라이






우리 집 두 녀석이 눈곱도 떼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은


테레사 :
“언니 오늘 급식 뭐야?”

아네스 :
“오~ 오늘은 닭강정이야~”

테레사 :
“오예~ 나 많이 먹어야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교를 못 갈라치면 그중 ‘수요일’에 못 가는 것을 제일 아쉬워한다. 특식이 나온다나 뭐라나?!


그 모습을 바라보면 참 우습기도 하다. 그리도 좋을까?! 요 녀석들 아무래도 급식 먹으로 학교에 가는 거 아닌가 싶다. 그래~ 뭐 하나라도 학교 가는데 즐거우면 됐지!!


요즘 요리에 부쩍 관심이 많은 아네스.

제일 먼저 달걀 프라이하는 방법을 알려줬더니 주말 아침은 아네스가 요리해 준 달걀빵, 달걀 토스트로 해결한다.


덕분에 주말 아침이 참 산뜻? 한 엄마는 편한 주말 아침을 맞이한다. 즐거운 나의 주말 아침을 위해 엄마는 마음속 깊이 제발 오래도록 아네스가 요리를 즐거워? 하길 바라본다.


아녜스가 만든 간식요리

달걀 프라이

초등학교 시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나의 도시락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반찬 달걀 프라이.


도시락 뚜껑을 열라치면 흰밥 위에 떡 하니 올려져 있는 녀석을 발견할 수 있다. 새벽 시간 바쁘게 공장 일을 다니셨던 엄마가 편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반찬이기도 했지만, 우리 동네에 양계장이 있었고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가격 대비 최고의 반찬이라 자주 등장하지 않았나 싶다.


사춘기 어린 나이에는 투박하게 자른 크고 네모난 햄 몇 덩어리 아니면 분홍 소시지, 단무지, 김치, 달걀 프라이 도시락은 참 불편하고 부끄러웠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유독이 눈이 가는 도시락이 있었다. 앙증맞은 종이 용기에 갖가지 반찬들을 아기자기 예쁘게도 담아 오던 그 아이! 흘깃흘깃 곁눈질로 쳐다보고 ‘나도 저런 도시락 가져오고 싶다’ 바라도 보았던 것 같다.


그때 그 아이는 그 예쁜 도시락을 꼭 혼자 먹었지 아마?!


달걀 프라이

그렇게 6년을 주기 장창 먹었으면 질릴 만도 하고만, 나는 아직도 달걀 프라이가 참 맛나다.


친정집에 내려가 오빠랑 만날라 치면


“그렇게 묵는데 아직도 (달걀프라이) 맛나제?!”
“니도 글라? 내도 맛나다”

찰진 경상도 사투리로 주고받는 달걀프라이 예찬!


속으로 내심 ‘저랑 나랑 참 맞지 않는 남매거늘 그것(달걀프라이) 하나는 맞는구나’ 싶은 마음에 ‘픽’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날 왜 이렇게 아프게 키웠느냐?! 원망스러운 마음이 넘치지만, 그 시절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빠 본인 스스로 꾸밀 줄도 모르고 사신 엄마.


평생을 억척스럽게 일하느라 변변찮은 립스틱 하나 바르지 않던 얼굴, 세월의 흔적은 고스란히 손에 남아 코끼리만큼 두터워진 손을 바라보면 참 어리석고 안타까운 삶이다 싶어 애잔하다.


그 모진 세월을 견디며 살아왔는데, 남은 것은 원망뿐이니 애처롭다.



달걀 프라이 


행복과 불행의 공존, 나에게 달걀 프라이는 그런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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