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25.07.21. 월)
감사랑합니다.
글로 마음을 나누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격한 사회적 계급이 존재하던 그 시절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시대에 여성으로 태어나서 참 다행이구나.”
부모를 잃고 외삼촌 집에 맡겨진 제인은, 외삼촌마저 세상을 떠나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다. 결국 외사촌과의 다툼을 계기로 기숙학교에 보내진다. 그곳은 아이들에게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생활환경도 열악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제인은 이후 삶에 큰 영향을 미칠 템플 선생님과 헬렌을 만난다.
순응과 선택, 두 삶의 태도
헬렌은 시대의 관습과 규범 속에서, 시련을 맞서기보다 수용하는 삶을 산다. 그녀는 제인에게 말한다. '피할 수 없는 경우엔 참고 견디어내는 것이 의무인 거야. 참고 견디어내는 것은 정해진 운명인데 견딜 수 없다고 투덜대는 것은 어리석고 허약한 소치인 거야'. 하지만 제인은 이렇게 답한다. '그렇지만 헬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비위를 맞추려고 애를 써도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내 편에서도 미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중략...' 이는 곧, 그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겠다는 선언이었다.
왜 이렇게 외모 이야기가 많을까?
소설 속에서 제인은 늘 ‘예쁘지 않은’ 외모로 묘사된다. 외삼촌 댁에서 지낼 때 하녀들은 “마음씨도 곱고 귀엽게 생겼다면 동정이 갔을 텐데”라고 말했고, 로체스터 저택이나 위트크로스에서 새 삶을 시작할 때도 같은 평가를 받았다. “왜 이렇게 외모 이야기가 많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19세기 영국 사회에서 여성의 가치는 외모와 가문에 좌우됐다. 그래서 샬럿 브론테는 제인을 “아름답지 않다”라고 반복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외모 대신 지성과 도덕성, 자율성이 한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걸까?
시련 속에서도 잃지 않은 것
그녀의 삶은 모진 시련의 연속이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외숙모와 기숙학교에서의 학대, 사랑한 남자가 유부남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운명의 허락 덕분에 어렵게 만난 아버지 쪽 가족에게서조차 결혼과 선교를 강요받는 일까지... 그럼에도 제인은 주체적인 삶을 선택한다. “새로운 고생살이! 거기엔 무엇인가가 있어!”. 그녀는 새로운 고통조차 찾아가며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갔다.
나에게 남는 한 문장
'생명은 모두 요구와 고통과 책임을 그냥 지닌 채로 아직도 나의 것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제인이 시련 속에서도 기도를 통해 마음 깊은 곳의 바람을 찾아낸다는 점이었다. 여성에게 정해진 관습과 계급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끝까지 책임지며 살아간다는 것.
나 또한 그 태도를 배웠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에 집중하며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삶.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제인에어1/샬럿 브론테/유종호 옮김/고전소설/민음사/447p
96p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경우엔 참고 견디어내는 것이 의무인 거야. 참고 견디어내는 것은 정해진 운명인데 견딜 수 없다고 투덜대는 것은 어리석고 허약한 소치인 거야'
99p '그렇지만 헬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비위를 맞추려고 애를 써도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내 편에서도 미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애매하게 나를 벌주는 사람들에겐 반항을 해야 한다고. 그건 내게 정을 주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과 똑같이 당연한 일이야. 혹은 내가 벌을 받아 마땅할 때 다소곳이 벌을 받아야 하는 것과 같이 당연해.'
101p 원한을 품거나 원통한 생각을 꼬박꼬박 외워두기에는 인생이란 너무 짧은 것 같아.
121p '설사 이 세상 사람들이 널 미워해도 너를 나쁜 아이라고 행각해도 네 양심이 너 자신을 정당하다고 인정하고 죄에서 풀어준다면 너에게 친구가 없을 리 없어'
132p '채소를 먹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찐 소를 잡아먹고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낮다'
152p 나는 자유를 원해서 기도를 올렸다... 중략... 변화와 자극을 달라고 기원했다... 중략... 그렇다면 적어도 내게 새로운 고생살이를 하도록 해주소서
231p '첫째 타고난 성품이 그런 거니까요. 우리는 누구나 타고난 성격을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다음엔 여러 가지 심적 고통이 있기 때문에 속을 썩이고 또 마음이 안정되어 있질 못한 거지요.'
242p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다든가 세상 경험이 많으시다는 것만 가지고는 제게 명령을 할 권리가 없으시다고 생각해요. 우위를 주장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사용하였는가에 달려 있다고 봐요.'
247p '운명에게 억울한 대우를 받았을 때 난 냉정을 지킬 만큼 지혜롭지 못했던 거요. 나는 자포자기가 되어 타락하고 만 것이오. 따라서 지금은 고약한 얼간이가 내 앞에 나타나서 형편없는 상소리로 내게 혐오감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내가 그보다 낫다고 할 처지가 못 되는 거지요... 중략... 좀 더 굳세게 처치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지금의 내 심정을 하느님은 아실 거요. 잘못을 저지를 성싶은 때에는 후회를 두려워해야 하오. 후회란 인생의 독이오.'
251p '그렇지만 인간인 이상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는 거지요.'
260p '나는 지금까지의 자신보다도. 현재의 자신보다도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소'
342p 어린 시절부터 주입되었던 사고나 원칙에 따라서 행동하는 그들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러한 원칙을 신봉하고 있는 것이다.
404p '이 친절하고 우아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는 새 친구를 영원히 그의 곁에 붙들어 두기 위하여 사회의 통념을 무시해도 괜찮단 말이오?'
427p 시간의 흐름이 복수하려는 열망을 누그러뜨려 주고 분노와 증오를 달래오 준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440p 판단이 결여된 감정이란 물을 섞은 약과 같다. 한편 감정에 의해 순화되지 않은 판단이란 너무 쓰고 껄껄하여 인간이 마셔 넘길 수가 없는 것이다.
제인에어2/샬럿 브론테/유종호 옮김/고전소설/믿음사/447p
17p 세상에 내가 주위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고, 내가 있는 것으로 해서 그들의 즐거움이 더해진다는 것을 아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43p '그럴 수가 없어요. 도무지 실감 나게 들리질 않아요. 인간이란 이 세상에서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가 없는 것이거든요. 저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과 특별히 다른 운명을 타고났을 리도 없고요. 그런 행운이 제게 찾아온다는 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예요. 한낮의 꿈이에요.'
118p '나를 멀리하지 마옵소서. 환난이 가깝고 도울자 없나이다.'
175p 생명은 모두 요구와 고통과 책임을 그냥 지닌 채로 아직도 나의 것이었다.
242p 사회적인 계급이라는 면에서, 향상된 게 아니라 한 걸음 내려간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내 주위에서 보고들은 모든 무지와 빈곤과 비천함 때문에 마음 약하게도 낙담해 버린 것이었다.
341p 요컨대 그는 일개의 남성으로서 나를 억지로라도 자기 의지에 복종시키고 싶어 했다. 나의 고집에 그만큼 참을성 있게 견디어내고, 숙고와 반성의 시간을 넉넉히 허락한 것은 다만 성실한 기독교인으로서였을 것이다.
345p 냉담함만으로는 내가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부족하다고 생각했든지, 거기에다 그는 대조의 힘까지 사용하는 것이었다.
359p 시간이라고 하는 조용한 매개물을 통해 지난날의 위기를 돌아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지만, 그때의 나는 나의 어리석음을 알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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