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지은 시, 한 문장만 들어요
첫 문장엔
한 낮 햇살에 푹 절여진 따끈한 오렌지와
농익은 흰 꽃을 넣을게요
혹시 새벽 좋아하면
오전 3시도 푸르고 신선한 것으로 넣고
도시 어딘가에서 숨어 자란
진한 숲도 잘 다듬어 넣고
야경은 껍질이 조금 거칠지만
밤국물 맛이 좋으니까
좋았던 기억을 구할 수 없다면
상상이 더 쓸만할 수 있어요
가보고 싶었던 곳에서의 만남 어때요
별이 우러난 투명한 바다도 넣어줄까요
난 제철 배인 바람이 그렇게 좋던데
밉겠지만,
그 때 흘린 눈물이 빠지면 조금 싱거워져요
엊그제 당신이 무심히 지나친
고양이의 눈맞춤도 뿌려줄게요
그렇게 지어줄게요
좋았던 것보다 좋을 것들로
든든해질 것보다 달래질 것들로
여름이든 겨울이든
방금 내린 커피의 온도로 소화될테니
양 손으로 살며시 감싸주세요
스며들어 피처럼 온 몸을 돌며
당신이 되어
당신을 안아줄 수 있도록
지금은 살 맛 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내 말 들어요
억지로 뜬 이 한 문장이 내일까지는
아픔을 보류하고 싶어지게 할지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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