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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JUST PILOT 07화

연구실에서 활주로까지, 교수님의 솔로비행 이야기

일단 비행을 맛을 보면 영원히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지도 모른다.

by Isol

"교관님, 이제야 솔로비행을 나가네요!"

"오늘 바람이 좀 있는 편이긴 한데, 교수님은 충분하실 것 같아요."


아직 교관이 아닌 나에게 교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주시는 분.

곧 교관님이 될 거니까 그렇게 불러주겠다고 하셨다.


마케터로 입사한 후, 그 누구도 나를 불러줄 호칭을 찾지 못했다.

마케터님이라며 어색한 호칭으로 나를 불러주시는 분도 계셨지만

'교관'이라는 호칭을 나에게 써주신 그 분의 솔로 비행을 나는 더 멋있게 기록하고 싶었다.


내 인생 가장 멋진 인생샷을 찍어보았던 날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솔로비행을 맛본 후 그의 표정이 사진에 담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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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고흥플라이트 항공마케터 김신

날짜 | 2025.5.1.

콜사인 | HL-C239

항공기 | Bristell Classic




Q. 반갑습니다, 교수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번에 대표님 덕분에 솔로비행을 무사히 마친 이현승입니다. 현재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대학원생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교수입니다.





Q. 비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작년에 우연히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평소에 관심이 있던 조종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해보게 되었어요. 삶이 단순해지다 보니까 활력소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Q. 항공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뭔가 만들고 조종해보는 것을 좋아해서 RC 비행기도 날려보고 드론도 조종해보면서 비행에 관해서 친숙했어요. 그리고 우연히도 파일럿인 친구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남들보다 평소에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Q. 본업과의 시너지를 생각하고 시작하신 건가요?


A. 크게 본업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비행장 옆에 있는 현대자동차와 멀미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실험하다가 멀미 유도가 잘 안되면 옆자리에 태워버릴 생각을 조금은 하고 있습니다. 멀미도 확실하게 낼 수 있을 것 같고, 연구원들이 제 옆자리에 타기 무서워서 열심히 연구할 것 같기도 하고요. 일단은 실속회복 연습은 충분히 해두어야겠네요.






Q. 첫 솔로비행을 마친 소감이 어떠셨나요? 비행 전, 중, 후의 감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A. 솔로비행 이륙 전까지는 생각이 많았는데 막상 이륙하고 나니까 평소 연습할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어요. 아마 수많은 장주 연습 덕분에 몸이 기계적으로 움직여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착륙 후 활주로 끝단에 도달하니 엄청난 성취감과 환희가 몰려오더라고요. 덕분에 솔로비행한 지 1주일이 넘어가는데도 매일매일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Q. 교육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A. 처음으로 제가 이륙할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초반이었고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도 제법 컸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둥실 떠오르기 시작하는 그 순간의 느낌이 아직도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답답해서 분명 한소리 하실 법한 순간에도 격려해주시던 대표님이 꼭 보살님 같아서 많이 기억에 남네요.






Q. 솔로비행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A. 무엇보다 두려운 마음과 컨디션 조절에 대한 부담감이 제일 컸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비행이 엉망 되는 걸 몇 번 느껴봐서 전날 잠을 제대로 자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다행히 잠은 충분히 잘 잤고, 공중에 떠오르고 나서도 반복된 장주 연습 덕분에 두려운 마음은 금방 사라져서 솔로비행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Q. 향후 비행 관련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경량항공기를 통해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꿈이나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A. 일단 실기시험까지 무사히 마치고 비행시간이 좀 더 쌓이게 되면 홀로 국내 여기저기 돌아다녀보고 싶어요.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다음 안식년 때 미국 전역을 비행기로 돌아다녀 보고자 합니다.





Q. 비행에 관심 있는 분들, 혹은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시작이 참 어려운데, 일단 시작하고 나면 생각보다 어렵거나 혹은 무섭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엄청난 매력에 빠지게 되어 삶에 큰 에너지를 받고 무엇보다 뿌듯한 감정이 마음 한편에 자리잡게 되네요. 망설이지 마시고 문 한번 두드려 보시기 바랍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 명언은 사실입니다.







“Once you have tasted flight, you will forever walk the earth with your eyes turned skyward,

for there you have been, and there you will always long to return.”

(일단 비행을 맛보고 나면 여러분은 영원히 눈을 하늘로 돌린 채 지구를 걸을 것입니다.

당신은 거기에 있어 보았고, 항상 그곳으로 돌아가길 갈망하기 때문입니다.)






작성자| 고흥플라이트 항공마케터 김신

기록일 | 2025. 4. 13.









이 곳에 온 사람들 중 솔로비행을 나가는 분은 10명 중 5명

이후 꾸준히 비행을 하는 사람은 5명중 2명


교수님은 10명 중 2명이 되실 것 같다.

나만큼, 어쩌면 나보다도 더 비행에 대한 꿈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니까.


비행이라는 것은 마약과 같다.

한 번 비행의 맛을 보면 중독성때문에 아주 가까운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는 이상

이걸 끊을 수가 없다.


내가 그렇다.

이 곳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직원으로 입사했지만


마케터라는 직책.

항공 마케터라는 있어 보이는 직책은 대표님께 직접 요청드려 만들어낸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마케터가 아니다.

항공 마케터도 아니다.


이 곳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교관'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라는 사람이 왜 여기 있는지

교수님은 나를 알고 그렇게 불러주었을까?


그도 긴 시간동안 그 마약같은 비행의 맛을 다시 느끼는 것을 견디고

이제야 이 곳에 왔다.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나도 그처럼 돌아서 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마시멜로처럼 원하는 것을 오래 참을 수 있는 사람만이

비행의 맛을 더 제대로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항공 마케터.

나는 이곳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비행의 맛'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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