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잉여일기

2025.06.23 (월)

by 박인식

먼 길 다녀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시간까지 헷갈려 잘 시간을 놓치고 나니 아침에 눈은 떴는데 도저히 일어나 지지 않았다. 한 시간이나 그대로 누워 있었을까. 몇 가지 마무리하고 일찍 들어올 생각으로 겨우 추슬러 출근했다. 일찍 퇴근하고 돌아오는데 아파트 입구에 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다가 맥주 하나에 안주 하나 챙겨 나왔다. 이미 온라인쇼핑 가격에 익숙해 있는 데다가 동내 슈퍼보다도 훨씬 비싸서 도저히 그 돈 주고는 못 사겠더라.


독일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제일 가고 싶은 곳이 뜻밖에도 편의점이고 다이소란다. 요즘은 올다무라는 말도 돈다고 한다.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라고. 더 놀라운 건 그게 우리 아이들 이야기만이 아니고 독일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지난 4월에 다녀갈 때 고만고만한 상품을 잔뜩 사가던데, 그거 다 학교 친구들 주려고 사는 거라고 했다. 김밥을 싸가면 달라는 아이들이 하도 많아서 삼각김밥을 싸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프랑크푸르트만 해도 한국 기업도 많고 한국인도 꽤 많은데, 거기서 이삼십 분 거리인 아이들 사는 동네는 동양인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아이들이야 워낙 거기서 나서 거기서 자라 그곳이 자기네 동네지만, 우리로서는 혹시 차별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늘 걱정스러웠다. 언젠가 혹시 학교에서 차별이나 당하지 않는지 물어보니 뜻밖의 대답을 했다. 자기는 그곳에서 보기 드문 동양사람이어서 사람들이 자기를 잘 기억해줘서 오히려 좋다고 했다. 그 정도면 적어도 차별 때문에 마음고생은 안 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더구나 요즘에는 K팝 바람이 불어 서울 다녀가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독차지한다니 여간 다행이 아니다.


아이들 올 날이 꼭 두 주 남았다. 4월부터 체코 현장이 시작될 줄 알았던 터라 아이들이 4월에 다녀갈 때도 못 볼 줄 알았는데 7월 방학에 오는 것까지 보고 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오면 제일 먼저 찾는 게 편의점인데 우리 동네엔 편의점이 없다 보니 편의점을 갈 수는 있어도 편의점을 누리지는 못했다. 집에 있다가 생각나면 있던 차림 그대로 다녀올 수 있어야 편의점을 온전히 누리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러던 중에 한 달쯤 전부터 아파트 입구에 편의점을 꾸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시원하게 샤워하고 맥주 한잔하면서 어제 못 본 야구 중계를 다시 틀어놨다. 요즘 롯데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이러다 우승까지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살면서 내가 롯데 응원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모두 ‘튼동’ 때문이다. ‘경무이’ 때문에 한화도 응원하고. 요즘 두산이 바닥을 기고 있는 걸 ‘경무이’하고 ‘튼동’으로 때우고 넘어간다. 눈엣가시 같던 ‘승여비’ 쫓가냈으니 ‘튼동이’만 데려오면 되는데. 중계 끝에 야구 전문가라는 이들이 나와 5강을 예측하는데, 하나 같이 롯데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는데 그런 성적을 내는 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멍청이들 같으니라고. 그러고서 무슨 전문가는. ‘튼동’이 있잖아 ‘튼동’.


KakaoTalk_20250623_221001338.jpg
KakaoTalk_20250623_221001338_01.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5.06.20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