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체코일기 2025.08.07 (목)

by 박인식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럽에 비교적 익숙한 편이지요. 그런데 정작 정확한 위치를 아는 것은 영국, 프랑스, 독일 정도입니다. 체코가 정확하게 어디 있는지 아세요? 북쪽과 서쪽은 독일, 북쪽과 동쪽은 폴란드, 남쪽은 오스트리아와 맞닿아 있습니다. 혜인이네가 독일에 살다 보니 제게는 독일은 비교적 익숙한 편입니다. 이곳 풍경이며 삶의 모습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와 별 차이를 못 느낄 정도입니다. 그래서 처음 출장 올 때부터 낯설지 않았습니다. 폴란드는 가본 일이 없기는 합니다만, 거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 사무실을 마련하지 못해 집에서 일해야 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동료들이 생각보다 훨씬 잘 적응하고 있어서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점심 때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몇 가지 살 게 있어 슈퍼에 들렀습니다. 혜원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올 때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한 곳 있는데, 바로 그 TEDI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말은 One Euro Shop이라는데 물건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들과 장 보러 다니던 Lidl 슈퍼마켓 옆에 있더군요. 아이들 곁으로 왔다는 게 실감 났습니다.


외국에 나오면 제일 걱정이 음식입니다. 그래서 오기 전부터 한국식품 파는 곳이 어디 있는지 찾았습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한국식품을 구하기도 쉽고 값도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지난 주말에 가까운 도시에 있는 한국식품점을 다녀왔는데요, 없는 건 돈 뿐일 정도로 식품이 다양했고 가격도 한국보다 20퍼센트 정도, 많아도 30퍼센트 이상 차이 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한국식품은 별러야 구할 수 있어서 있는 것 가지고 해 먹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요. 그중 하나가 사우어크라우트 김치찌개입니다. 혜인 아범이 열심히 가르쳐 주더군요. 오늘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사우어크라우트는 신 양배추라는 뜻이라는데요, 양배추를 발효시킨 것이지요. 새콤달콤합니다. 만드는 방식이 김치와 다르지 않답니다. 말하자면 고춧가루하고 마늘을 뺀 김치인 셈입니다. 그러니 고춧가루하고 마늘만 넣으면 김치가 되는 것이지요. 아들 내외가 베를린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김치는 비싸서 잘 사 먹지도 못했다는데, 그 비싼 김치로 김치찌개 해 먹을 생각은 더더욱 못했답니다. 저도 언젠가 광부로 독일에 가셨던 분들이 많이 해 먹은 음식이라는 방송을 본 일도 있습니다.


찾아보니 사우어크라우트로 김치찌개 만드는 법이 각양각색이더군요. 굳이 거기에 매일 필요가 없지 싶어서 그냥 김치찌개 끓이듯 끓였습니다. 고춧가루, 마늘, 파 넣고 돼지고기 넣고. 그게 답니다. 그렇다고 이게 김치찌개 같아지기야 하겠습니까만, 비슷하기는 합니다. 원판이 새콤달콤하니 약간 단맛이 도는 거 빼고는 눈 감고 먹으면 모를 정도이겠습니다.


저희 숙소며 살림살이 마련해준 담당자분이 여성이어서 그런지 소소하게 필요한 것까지 살림을 다 장만하다시피 해놨습니다. 테슬라라는 무쇠 밥솥도 사놨어요. 워낙 찜할 때 쓰는 것이기는 한데, 워낙 무거워서 굳이 압력을 걸 필요가 없겠더라구요. 사용법도 간단합니다. ChatGPT를 찾아보니 온도는 120도로 해서 20분 조리하고 10분 뜸 들이면 된답니다. 정말 그렇게 되더군요. 이젠 부엌에도 인공지능이 들어왔습니다. 다만, 끈기가 없는 쌀이어서 밥알이 날아가기는 했지요. 한국식품점에 이천 쌀이 있던데, 그걸로 하면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의 교훈: 궁하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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