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12.16 (금)

by 박인식

조지 오웰의 <1984년>은 읽지 않았는데도 읽었다고 착각할 만큼 화제에 많이 오르내린 소설이다. 그 소설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그것이 상징하는 바에 대한 해석이 무수히 많고, 그에 대한 국내외 논문도 검색 한 번으로 찾을 수 있는 게 엄청나다. 독서모임에서 이번 달에 읽을 책으로 선정해 예전에 받아놓았던 전자책을 다시 펼쳤다. 숙제라는 생각으로 읽어서 그런지 처음 읽을 때보다 더 지루했다. 읽고 나서 줄거리도 복기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젊은이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엉뚱한 소리만 하다가 돌아왔다. 그래도 다들 읽고 잘 준비해 와서 좋은 자리가 되었고, 덕분에 다시 읽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작년에 돌아와서 독서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자식 또래부터 이십대 젊은이까지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그래도 끼어들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았다. 그렇기는 해도 한국을 떠나 있으며 그런 모임을 무척 부러워했던 터라 염치불구하고 참석해 지금까지 왔다. 아내는 모임에 갈 때마다 말수를 줄이라고 신신당부한다. 나도 무척 조심한다. 그래도 모임 끝나고 돌아올 때면 하지 않아도 될 말이 너무 많았다고 늘 후회한다. 다행히 모두들 너그럽게 받아줘서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다.


퇴근이 늦어져서 모임 말미쯤 도착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애써 왔는데 말 몇 마디 나눠보지도 못하고 끝나 내가 다 민망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모임 덕분에 업무로 쌓인 피곤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매일같이 집과 회사를 오가는 생활이다 보니 심신의 고단함이 날로 쌓여 가는데, 모임을 위해 책을 읽고 모임에 와서 생각을 나누다 보면 업무의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정리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긴 그렇다. 나 역시 퇴근하고 나서 업무의 중압감을 털어버리려고 십 수 년 검도를 수련한 일이 있다. 심신의 건강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독서모임에 참석해 좋은 책을 읽고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것은 의미 있고 권할 만한 일이다. 거기에 더해 그 시간으로 인해 일상의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더욱 유익한 일이고. 새해에도 끼워준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읽고 잘 준비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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