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4.25 (화)

by 박인식

자매인데도 큰애와 작은애는 영 다르다. 자식이라고 하나만 키워봤으니 둘째를 경험해보지 못해 때로 그런 모습이 당황스럽기도 하다.


큰애 어렸을 때는 만났다 헤어지는 게 참 어려웠다. 떠나기 며칠 전부터 저 아이를 두고 어떻게 떠나나 싶기도 하고, 헤어질 때면 아이가 울음을 참는 모습이 얼굴 가득하곤 했다. 그런데 작은애는 제 할머니가 한 달 넘게 끼고 자고 갖은 수발을 다 들어줘도 헤어질 때 잘 가라고 손 한 번 흔들면 그만이다. 그런 모습은 제 외할머니에게도 다르지 않아서 안사돈도 헤어질 때 그렇게 섭섭해 하셨단다.


아침에 큰애 깨워 아침 먹이고 버스정거장까지 데려다 주고 와서 차 한 잔 마시고 나면 작은애 유치원 데려다 줄 시간이다. 벌써 한 주일이 됐는데도 아직도 할머니와 가겠다고 버틴다. 어르고 달래 간신히 유치원에 데려다 주면 들어가기 전에 할머니가 데리러 오라고 다시 오금을 박는다. 오늘도 데리러 가니 할머니가 안 왔다고 버티고 나오지를 않는다.


큰애는 아침에 나를 꼭 안아주고 버스에 오른다. 학교 끝나면 끝났다고, 버스 타면 탔다고 전화한다. 매일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걸 알면서도 볼 때마다 반갑게 뛰어와 품에 안긴다. 그러고 보니 큰애는 어렸을 때 꽤나 업고 다녔다. 걷다가 다리 아프면 으레 업으라고 칭얼댔던 아이다. 어쩌면 자매가 이렇게 다른가 모르겠다.


제 아빠는 큰애보다 작은애가 더 예쁜 모양이다. 작은애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아이를 보여주며 참 예쁘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큰애 때는 데면데면 한 것 같더니. 내리사랑이라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큰애에게만 눈길이 간다. 첫정이라서 그런가?


십 수 년 동안 애지중지하며 아낀 만년필이 있다. 어디를 가도 갖고 다니면서 매일 그걸로 성경을 쓴다. 언제부턴가 그 만년필을 큰애에게 주리라 마음먹었다. 말로만 하다가 어제는 숙제하는데 그걸로 한 번 써보라고 했다. 독일어 숙제는 펜으로 쓰고 있어 낯설어 하지 않았다. 이젠 만년필만 봐도 큰애 생각이 나겠네.


참, 잘 때는 천사 깨면 폭탄인 작은애가 제 언니는 무척 무서워한다.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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